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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해서 열리는 2018 대한민국 독서대전의 의미- 이근욱(성공회대학교 문화대학원 겸임교수, 2018 대한민국 독서대전 총괄감독)

  • 기사입력 : 2018-04-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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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구 선생은 진정한 문화의 힘을 갈구했다. 강력(强力)과 부력(富力)보다 진정한 문화의 힘이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타인을 행복하게 한다고 믿었다.

    금관가야의 땅 김해가 그러한 량(梁)이 아닌가 생각한다. 오늘날 ‘량’은 한자어로 징검다리, 교량으로 쓰이지만 기원전 김해 땅에 살았던 금관가야 사람들에게는 가야어로 ‘문’이라 쓰였다. 가야인은 기름진 가야평야에서 난 곡식으로 풍족한 생활을 할 만큼 부를 이루었고, 앞선 철기 기술로 외세의 침략을 막을 정도로 흥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 ‘량’으로 문화의 가치를 멀리 일본과 인도까지 전하고, 가야금으로 가락을 즐기며 진정 높은 문화의 힘을 실천한 민족으로 살았다.

    가야의 정신을 독서대전의 정신으로 잇고자 한다. 기계의 시대에 이야기의 힘을 믿고, 경쟁의 시대에 어울림의 미덕을 실천할 수 있는 것은 높은 문화 자긍심에서 나온다. 유구한 문화의 자부심은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에 있다. 이에 책을 통해 나날이 새로운 나를 만드는 힘을 보태고자 한다. 그렇다면 책 또한 량(梁)이 될 터. 책은 내가 선 위치를 인식케 하고, 지금 선 이곳에서 진정 내가 걸어가야 할 곳을 바라보게 한다. 길을 떠날 때 먼 곳을 바라보면 고단한 여정이 될 뿐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내딛고 있는 한 걸음, 그 첫걸음의 가치이다. 이미 걸어간 누군가의 발자취가 책 속에 있음을 우리는 안다. 김해에서 열리는 독서대전이라는 한바탕 축제에서 책을 통해 그 길을 기꺼이 따르는 행위로서 독서의 기쁨을 나누고자 한다. 어우러져 즐기는 기쁨에 대한 가치를 실현하고자 한다.

    그렇기에 독서대전은 ‘함께’와 ‘같이’의 어울림이 밑바탕 되어야 한다. 혼자가 아닌 더불어의 가치가 어우러질 때 성공적인 행사 개최가 가능하다. 함께 책을 읽어 생각의 힘을 나누고, 하나의 생각에 다른 생각을 합쳐 공동체의 화합을 이루어야 한다. 더불어 공존하려면 새로운 상상의 날개를 함께 펼쳐야 한다.

    김해에 1년 내내 책 읽는 소리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하고자 책의 수도, 김해에 독서대전을 유치했다. 책 읽는 소리가 오래도록 이어지고 멀리 퍼져나가려면 혼자의 목청으로는 부족하다. 함께 모여 앉아야 한다. 그 화합의 목소리가 평화의 목소리이며, 높은 문화의 가치를 실현하는 아름다운 하모니이다. 한 번 외치고 말 구호를 권하지 않겠다. 독서대전이 지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마음 따뜻한 작가의 목소리가, 가슴을 울렸던 무대의 울림이, 우리가 함께했던 기억이 오롯한 책의 추억으로 자리잡을 수 있어야 한다. 추억은 일상에서 꽃이 된다. 도서관에서 학교에서 마을에서 직장에서 골목에서 놀이터에서 시장에서 책 읽는 소리가 꽃처럼 환하게 피어나게 할 것이다.

    이근욱(성공회대학교 문화대학원 겸임교수, 2018 대한민국 독서대전 총괄감독)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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