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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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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밀양 캘리그래피 전도사 조덕현 서양화가

마음 담은 ‘감성 글씨’로 ‘예술 감성’ 나눕니다

  • 기사입력 : 2018-04-26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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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덕현 작가는 1961년 부산에서 출생해 동아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같은 대학 예술대학원에서 판화 전공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부산에서 전업작가로 개인전 20회 및 그룹전 150여회를 갖는 등 35년간 왕성한 예술 활동을 펼쳐오면서 중견작가의 반열에 올랐으나 천연염색에 몰두하던 아내와 함께 2012년 밀양 단장면 동화전마을에 새로운 둥지를 마련했다.

    밀양컨텐츠사업단과 인연을 맺고 운심마을, 해천독립운동거리 조성에 미술감독을 맡으면서 밀양의 새로운 예술분야 개척을 위해 고민하다 아직 대중화가 안 된 캘리그래피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캘리그래피 지도는 가곡동 행정복지센터, 부북면 행정복지센터, 구치소, 교도소, 유치원, 교육지원청, 노인대학, 공무원 대상 등 지역 전역으로 확대됐다.

    캘리그래피는 서예를 굳이 영어로 표현하자면 그렇게 표현할 수 있지만 의미의 차이는 확연하다. 서예를 지성적인 글씨라고 한다면 캘리그래피는 감성적인 글씨라 할 수 있다. 캘리그래피는 특별한 전공이 필요한 장르가 아니고 재료에 대한 물성이나 전체적인 원리나 구조를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는,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수업을 받으면 작품 활동이 가능한 대중적 예술이기도 하다. 글을 그리는 감성적인 예술을 통해 자신의 정신을 재발견하게 되고 내면을 표출하는 통로가 돼 치유와 힐링의 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 분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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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덕현 작가가 밀양캘리그래피협회 작업실에서 부채에 캘리그래피 작업을 하고 있다.


    캘리그래피의 역사를 말하자면 상형문자처럼 문자의 모양을 그리던 시대부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재료적인 면이나 디자인 면에서 다양한 보완이 이뤄지면서 종이, 천, 목판, 돌, 기와 등을 이용하는 평면에서부터, 깃발이나 청사초롱 등 다양한 자연환경과 더불어 이뤄지는 설치예술까지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밀양캘리그래피협회(밀양캘)는 올해로 5년 차, 2014년에 시작됐다. 새로운 예술 장르인 캘리그래피를 꽤 빠른 시간에 지역사회에 뿌리 내리게 한 조 작가는 자타가 공인하는 밀양 캘리 예술의 전도사다. 처음에는 몇몇 지인들과 함께 캘리그래피 동호회를 결성, 새로운 예술 장르의 아주 작은 창을 열었다. 점점 많은 시민들의 호응에 힘입어 밀양 문화예술단체의 당당한 일원이 됐다. 밀양캘은 정회원 49명, 자문위원 14명 등 모두 63명으로 구성돼 있다. 그 중심에는 조 작가가 있다.

    그의 명함대로 ‘아티스트 조’는 부산과 일본에서 활동하다 이곳에 둥지를 틀면서 밀양의 대표적인 캘리그래퍼로서 전시와 교육을 담당한다.

    밀양캘은 지역 어디든 누구든 캘리그래피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이들의 향토애는 지난 5년간 이어온 전시회의 이름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다포미술전, 부채전, 전통시장 창작 청사초롱전, 꼬까신 때때신전, 밀양밀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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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작가 제자의 캘리 작품.

    세상 속으로 다가선 야외전시회도 다양하다. 도서관, 박물관, 해천, 연꽃단지에서의 깃발전, 매년 여는 글판전 등이다. 밀양구치소 희망센터 기증전과 회원 작가들의 개인전도 캘리그래피를 알리는 소중한 기회로 삼고 있다. 다양한 지역축제에서의 퍼포먼스와 재능기부도 모두 예술을 통한 나눔사랑 때문이다.

    발상의 전환을 보여준 지난 3월 진주교도소 가온갤러리 기증전은 조 작가가 한 교도관과의 오랜 인연으로 이뤄지게 된 매우 뜻깊은 작업이라고 모두들 입을 모은다. “교도소라는 차갑고 소외된 곳에서 우리들의 작품을 통해 재소자들이 세상의 따뜻한 시선을 가슴에 품고, 어느 날 다시 세상 속으로 웃으며 돌아올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아름다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양명희 밀양캘리그래피 회장은 소회를 밝혔다. 또 김미형 사무국장은 “전시된 작품을 보고 그분들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나 가슴 뿌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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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작가 제자의 캘리 작품.

    앞서 지난해 12월 26일부터 63명 회원들이 미리내갤러리에선 ‘밀양밀행(密陽密行-밀양 속으로 조용히 들어가다)’ 특별 전시회를 개최했다. 70여 작품이 선보인 이 전시회 기간에는 목판 체험, 캘리 설치 체험, 코사지 만들기 체험 등의 이벤트도 함께 진행됐다.

    오는 5월 17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제 60주년 밀양아리랑대축제 밀양아리랑 학술세미나에서도 캘리그래피 전시회를 갖는다. 이날 학술세미나에서는 캘리그라피 부채 500개를 기념품으로 주문받아 회원들은 그림 그리기에 여념이 없다. 밀양아리랑대축제 기간에는 독특한 관광 상품을 개발해 판매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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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덕현(오른쪽) 작가와 밀양캘리그래피 회원들이 오는 5월 밀양아리랑대축제에 사용될 깃발을 제작하고 있다.


    오는 8월에는 일본 후쿠오카에서 회원전을 개최해 밀양의 작품을 알리고 점차 동아시아 전체로 향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부채에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손에서는 들국화가 무수히 피어나고 있었다. 밀양아리랑의 동지섣달 꽃본 듯이 날 좀 보소 하는 글씨가 춤을 추듯 미끄러지듯이 부채 위를 구르고 있었다. 아리랑 대축제에 쓸 부채를 만들고 있었다. 휘어질 듯 녹아내릴 듯 꿈틀거리는 검은빛 한글들이 하얀 종이 위로 우르르 쏟아져 내리고, 반듯한 목판 위에 크고 작은 원통의 나뭇가지 조각이 또르르 굴러 내릴 듯 앙증스럽게 내려앉고, 네 글자의 한자 아래 유연한 한글체가 사뿐히 춤사위를 전해주고, 요리조리 오려진 천 조각이 바느질에 엮여지고 있었다.

    밀양캘리그래피협회는 그동안 깃발설치전, 밀양아리랑 명품가사 캘리그라피작업, 글판전, 부채전, 다포미술전, 청사초롱전, 밀양아리랑 바다전은 물론 릴레이 개인전을 가지며 지역민과 함께 캘리그래피가 주는 감동을 나눠 왔다.

    또한 행정이나 각 단체 행사에 설치작품 의뢰가 있을 때마다 주저하지 않고 동참해 시민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조 작가는 지역 전역으로 확산된 지도를 통해 정립된 데이터를 중심으로 자음과 모음에 대한 독창성을 가진 특별한 서체를 개발하고 그 서체의 이름을 ‘밀양아리랑체’로 결정했다. 수강생들은 조 작가가 제시하는 밀양적인 작품 주제를 통해 밀양에 대한 이해와 애향심을 키우게 된다며 그의 특별한 밀양사랑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제 캘리그래피가 대중화의 대열에 들어섰다고 판단한 조 작가는 캘리그래피와 융화된 새로운 장르의 판화작품에 착수하기로 하고 새로운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글·사진= 고비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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