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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 서영훈 부국장대우 사회부장

  • 기사입력 : 2018-04-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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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면스플레인’이라는 게 있다. 국수의 한자어인 면(麵)과 ‘설명하다’의 영어 ‘익스플레인(explain)’을 합한 말로, 냉면은 이러이러한 음식이니 저러저러하게 먹어야 한다고 훈계조로 말하는 것을 지칭하는 신조어다. 면스플레인하는 면스플레너들은 냉면은 겨울에 먹어야 참맛을 느낄 수 있고, 메밀의 함량은 80%쯤은 돼야 하고, 육수는 맑은 색깔에 담백해야 하고, 먹을 때는 식초나 겨자 등을 넣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달 초 평양에서 열린 평화협력 기원 남북예술단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남측 예술인들이 평양 옥류관에서 경험한 냉면의 모습과 맛은 면스플레너들의 설명과 판이했다. 한 가수의 매니저가 소셜미디어에 공유한 영상에는 “면에 식초를 조금 치고 양념장과 겨자를 넣은 뒤 섞어서 먹으면 별맛일 것”이라는 옥류관 직원의 설명이 담겨 있었다. 영상 속 면의 색깔도 거무스름해 서울 유명 냉면집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이쯤 되면 그 옛날 냉면은 어떠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법하다. 조선 중기 문신 장유(1587~1638년)는 사후에 간행된 시문집 ‘계곡집”(1643년)에서 냉면의 국물을 ‘자줏빛 육수’라고 묘사했고, 동국세시기(1849년)에는 냉면을 ‘음력 11월의 음식’이라 적었다. 1936년 조선중앙일보는 평안도에서는 국수와 김치, 국물을 각각 다른 그릇에 담아 먹었고, 평양에서는 촛국에 왜간장을 쳐서 일본의 소바처럼 먹기도 했다고 전한다.


    ▼음식은 역사와 문화의 집약체라고도 하지만, 시대를 거치며 또 지역을 따라 변모를 거듭하기 마련이다. 2018년 오늘 평양 옥류관의 냉면이 거무튀튀한 면에 어두운 색의 국물에 겨자와 식초를 쳐서 먹는다고 하여 그것이 평양냉면의 원형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당연히 툭툭 끊어지는 면에 심심한 국물맛을 꼽는 면스플레너들을 조롱하는 글들도 볼썽사납다. 그나저나 엊그제 남과 북의 정상이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파안대소하며 나눈 평양냉면의 맛은 어땠을까.

    서영훈 부국장대우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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