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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다- 오근영(변호사)

  • 기사입력 : 2018-05-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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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라는 직업은 듣는 것이 절반인 일이다. 변호사를 찾는 사람들이란 보통 갑작스레 본인의 인생에 불행이 끼어든 이들이고, 그 때문에 누군가의 도움과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는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처럼 각자의 생각과 사연이 어찌나 다양하고 기구한지, 사람들을 사건으로 겪을 때마다 놀라곤 한다.

    상대방의 불행에 위로를 건네는 방법은 가지각색이지만, 좋은 청자(聽者)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나의 방법이다. 과연 좋은 청자란 무엇인가. 일단 잘 들어야 한다. 상대방이 어떤 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로 인해 무슨 대책을 세워야 하며, 이 사건에 대한 본인의 태도와 입장은 어떠한지에 대한 문제는 먼저 말을 하지 않으면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는 상대방의 말에 적절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사건의 대략적인 큰 그림을 파악하고 나면 사건 진행에 필요한 상대방의 말을 끄집어내는 것은 나의 몫이다.


    일반인들은 어떤 사실이 법적으로 어떤 무게를 가지는지 잘 모르는 것이 당연하니, 그들의 말에 방향을 잡아 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비판하거나 다른 각도로 생각하며 들을 줄도 알아야 한다.

    나의 본분은 결국에는 위로가 아닌 법적인 조력이다. 상대방의 입장과 감정에 매몰되어 버리면, 오히려 사건을 객관적으로 보기가 힘들어진다. 본인 원하는 대로 사건을 진행하면서 그 과정에서 후련함을 느낀다면야 그 또한 나름의 의미가 있는 일이겠지만, 반대로 비판적인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것 또한 본인에게 가장 유리한 결과를 가져다주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이니, 서운해하지 마시길 바란다.

    ‘듣는다’는 것은 더 이상 그저 감각기관을 통한 신체적 반응에 그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해주는 대화의 시작, 상대방의 상황과 감정을 이해해보려는 고차원적인 활동인 것이다. 겉으로는 마치 ‘비활성화’ 상태 같지만 속으로는 바삐 움직이고 있으니, ‘잘 들어주기’는 늘 어렵기만 하다.

    오근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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