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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홍준표 대표, 너무 나갔다- 이종구(정치부 서울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8-05-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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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과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4월 27일 열린 ‘2018 남북정상회담’은 회담 성공 여부를 떠나 잘 만든 영화같이 여러 가지 명장면들을 선사하고 막을 내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손을 마주 잡고 군사분계선(MDL) 이쪽저쪽을 넘는 장면이나, 양 정상이 군사분계선 인근의 ‘소떼 길’에 ‘평화와 번영’을 염원하며 1953년생 소나무를 함께 심는 장면, 두 정상이 군사분계선 표지물이 있는 ‘도보다리’에서 수행원 없이 40여 분간 대화를 나누는 장면 등은 국민들은 물론 전 세계인들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 분위기 속에서 양 정상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채택했다.

    이런 가운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판문점 선언’을 비판하는 페이스북 글을 올려 논란을 빚고 있다. 홍 대표는 27일 판문점 선언이 나오자마자 “김정은과 문재인 정권이 합작한 ‘남북 위장 평화쇼’에 불과하다. 북의 통일전선전략인 ‘우리민족끼리’라는 주장에 동조하면서 북핵 폐기는 한마디도 꺼내지 못하고 ‘김정은이 불러준 대로 받아 적은 것’이 정상회담 발표문”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홍 대표는 다음 날에는 “이번 남북 공동선언은 이전의 남북 선언보다 구체적인 비핵화 방법조차 명기하지 못한 ‘말의 성찬’에 불과하다. 미국은 이런 유의 ‘위장 평화회담’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홍 대표의 페이스북 발언이 전해지자 여권은 물론 한국당 내부에서조차 광역단체장선거 후보자들을 중심으로 홍 대표와 결이 다른 목소리를 잇따라 내놨다.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28일 페이스북에서 “남북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 환영한다”면서 “한반도 평화의 시대를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전적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도 28일 페이스북에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 교류·협력을 위해 다양하고 진일보한 합의가 이루어진 것을 의미 있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특히 유정복 인천시장은 30일 페이스북에 “당 지도부의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무책임한 발언으로 국민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몰상식한 발언이 당을 더 어렵게 만들어 가고 있다. 당 지도부는 정신 차려야 한다”고 일침을 날렸다. 물론 이들도 현 정부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리지 않는 것인지 경계하기는 했다.

    그러자 홍 대표는 1일에는 톤을 조금 낮춰 “미국까지 끌어들인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완전한 핵폐기 회담이 아닌 북의 시간 벌기, 경제제재 위기 탈출용으로 악용될 경우 한반도에는 더 큰 위기가 온다”면서 “제비 한 마리 왔다고 온통 봄이 온 듯이 환호하는 것은 어리석은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홍 대표 페이스북 발언의 전체적인 맥락은 좋게 이해해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여러 가지 이벤트로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을지는 몰라도 핵심 쟁점인 북핵 폐기에 있어서는 전혀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는 듯하다. 하지만 ‘남북 위장 평화쇼’와 같은 폄하성 발언은 다수 국민들의 정서에 부합하지 않아 역풍을 맞고 있다. 심지어 같은 당 지방선거 후보자들까지도 보수층 결집에 방해요소가 될 것을 우려해 ‘홍 대표가 너무 많이 나갔다’는 시각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누차 말하지만 홍 대표의 정제된 언어가 요구된다.

    이종구 (정치부 서울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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