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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맹과니- 이종훈 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8-05-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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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어사전에 ‘청맹과니’란 말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눈이 멀쩡하나 앞을 보지 못하는 눈. 또는 그런 사람. 사리에 밝지 못해 눈을 뜨고도 사물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한자말 ‘청맹(靑盲)’과 우리말 뒷가지 ‘과니’가 합쳐진 말로 ‘청맹’이란 ‘눈뜬 장님’이란 뜻이다. 즉 사리 판단이 부족하고 인식이 바르지 못해 사실을 사실대로 보지 못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단어가 나라를 다스리는 일을 하는 정치인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청맹과니’와 ‘정치’는 서로 엮여서는 안 될 단어 같은데 주로 서로를 비난하는 데 활용해 장애인단체로부터 지적을 받기까지 한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정치인이 사물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는 사람에 비유되는 대한민국의 정치 수준이 씁쓸하기까지 하다. 맹목적으로 이들을 따라간 국민들의 책임도 작지는 않을 것이다.

    ▼선거 때만 되면 정치권은 자세를 낮추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한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고 나면 공약은 공염불이 되고 서로 이전투구하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 국민들을 청맹과니로 몰아가 버린다. 이러한 악습으로 정치는 불신의 구렁텅이로 떨어지고 있다. 공자는 “정치는 바르게 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혐오와 불신의 키워드가 되면서 정치인은 존경을 받지 못하는 집단이 됐다.

    ▼이제 20일이 지나면 6·13지방선거 후보등록이 시작되면서 선거전이 본격화된다. 이번에는 또다시 ‘청맹과니’란 소리를 들어서는 안 되겠다.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이치를 살피고 사물을 분간하면 누구나 그 실상을 속이지 못하는 것이니, 오직 밝은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고 했다. 두 눈을 부릅뜨고 누가 지역의 목민관으로 적합한지 가려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내뱉은 공약이 제대로 실천되는지도 꼼꼼하게 살펴야 할 것이다.

    이종훈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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