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1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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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대한민국의 소방관이길- 김동권(거제소방서장)

  • 기사입력 : 2018-05-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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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의 어느 날 거제관광모노레일이 본격적으로 운행함에 따라 시설의 안전점검과 지도를 겸해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을 방문했다.

    봄 향기가 물씬 느껴져야 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흐린 날씨와 강한 바람은 관광객들의 몸을 움츠러들게 만들었으며, 관광객 중 불편한 몸으로 휠체어를 탄 노인과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할머니께서 승강장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업무상 들른 자리인지라 당장 어찌하지 못하고 멀리서 바라만 보고 있었는데, 근처를 지나던 젊은 연인이 어르신께 다가가 대화하는 모습을 보았다.

    어르신들은 난처함을 호소하는 듯 보였고, 젊은 연인은 허리를 굽혀 두 분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내 두 사람이 휠체어를 밀어 모노레일 승강장 쪽으로 걸어갔고 할머니도 굽은 허리로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이 휠체어를 밀어주자 모노레일 관계자와 주변에 탑승을 기다리던 사람 여럿이 손을 내밀어 휠체어를 실어 올렸고 두 분은 어렵지 않게 모노레일을 탑승하여 고대하던 계룡산 정상을 향해 즐거운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나는 30년 넘게 소방관으로 살아왔다. 도움을 요하는 사람을 돕는 것이 나의 사명이다. 반면 사회 곳곳에는 자신에게 별다른 이익이 돌아오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다른 사람을 도우며 배려하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되짚어 보면 울산 버스 사고 당시 현장을 지나다 버스가 더 이상 넘어지지 않게 받치고 있었던 시민들, 대구지하철 승강장 선로 시각장애인 추락사고 때 힘을 합쳐 구조한 시민들, 그들은 일면식 없는 사람을 위해 자신에게 위험이 닥칠지도 모르는 행동을 서슴없이 한 사람들이다.

    맹자의 말씀처럼 인간의 성품은 본래부터 선한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우리 사회는 이기주의뿐만 아니라 악한 행위를 하고도 부끄럽거나 수치스럽게 여기지 않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내가 소방관으로 살지 않았다면, 평범한 시민의 일원으로서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하고 자문한다.

    김동권(거제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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