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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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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333) 제23화 대륙의 사람들 ③

“그대가 심만삼인가?”

  • 기사입력 : 2018-05-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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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만삼은 능률이 오르지 않자 형제들을 모아놓고 선언했다.

    “나는 심씨가의 장남이다. 누구든지 내 말을 따르지 않으면 가문에서 내쫓겠다. 내말을 따르고 부지런히 일을 하면 10년 후부터 배불리 먹고살게 해주겠다.”

    심만삼은 엄중하게 선언한 뒤에 심씨가의 사람들을 데리고 황무지를 개간하기 시작했다. 심씨가의 사람들은 억지로 황무지에서 일을 했다.

    ‘이런 땅을 어떻게 개간해? 이건 쓸데없는 짓을 하는 것이다.’

    심만삼의 형제들은 황무지를 개간하는 것을 중노동이라면서 달가워하지 않았다.

    “일을 하지 않는 자들은 먹지도 말라.”

    심만삼이 단호하게 선언했다. 그의 눈에서 서릿발이 뿜어졌다. 심만삼의 형제들은 불만이 많았으나 마지못해 황무지에서 일을 했다.

    심만삼은 개간한 땅에 콩이나 밀 같은 밭곡식을 심었다. 처음에는 수확이 보잘것없었다. 그러나 한 해가 지나고 두 해가 지나면서 수확량이 늘어나고 개간한 땅도 늘어났다.

    심만삼은 개간지에서 나온 수확으로 노예들을 샀다. 흉년으로 거지가 되어 떠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들을 노예로 받아들였다. 그들은 먹여만 주어도 고마워했다.

    ‘한 사람이 땅을 개간하는 것보다 열 사람이 개간하는 것이 더 낫고 열 사람보다 백 사람이 더 낫다.’

    노예들은 심만삼이 대우를 잘해 주자 더욱 열심히 일을 했다. 수확량이 점점 늘어났다. 중국은 흉년이 계속되어 굶주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절강성 일대에 사는 심씨들도 굶주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심만삼은 그들을 모두 오흥 땅으로 불렀다.

    “부자는 하늘이 내리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얼마나 열심히 일을 하느냐에 따라 부자도 되고 가난뱅이도 된다. 내 밑에서 열심히 일을 하라. 모두 부자로 만들어 줄 것이다.”

    심만삼은 심씨 일가까지 동원하여 땅을 개간했다. 개간한 땅에서 수확한 곡식을 팔아 다시 땅을 사들여 농사를 짓고 농사를 지은 곡식을 팔아 다시 땅을 사들였다. 10년이 지나자 심만삼은 상당한 부자가 되어 있었다. 그의 밑에서 일을 한 노예와 심씨 일가도 풍족하게 살았다.

    심만삼은 부자가 되었으나 여전히 허름한 옷을 입고 황무지를 개간했다.

    하루는 심만삼이 일을 하고 있는데 중년 사내가 찾아왔다.

    “그대가 심만삼인가?”

    “그렇습니다만 뉘신지?”

    황무지를 개간하던 심만삼이 허리를 펴고 쳐다보았다.

    “자네는 황무지를 개간하여 부자가 되었다고 하는데 손수 일을 하는가?”

    “그렇습니다.”

    “나는 육도원이라는 사람인데 내 이름을 들어본 일이 있는가?”

    “물론입니다. 오흥 땅의 큰 부자라고 들었습니다.”

    심만삼은 육도원을 정중하게 맞아들였다. 그를 집으로 청하여 차를 대접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육도원은 사람들이 대인(大人)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왜 자네는 자꾸 땅을 사들이는가?”

    “땅이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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