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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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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 열자 (3) 거창 드론 활용한 사과 인공수분

드론으로 사과꽃에 수분… 5000㎡ 10분이면 ‘끝’
인공수분보다 비용이 1/6로 저렴

  • 기사입력 : 2018-05-09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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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운 농산물을 생산해 파는 것만이 농가소득을 올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생산비를 절감하는 것도 농가소득 향상의 방법이다. 그 일례로 거창에서 드론을 활용한 사과 인공수분 사업을 소개한다.

    “위잉, 위잉.” 지난달 24일 오후 거창군 고제면 봉계리 해발 700m에 자리한 한 사과 농가. 어른 몸통보다 큰 크기의 드론(Drone·무인 비행기)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수직으로 이륙했다. 가볍게 몸을 풀 듯 몸체를 앞뒤, 좌우로 흔들어 보이더니 서서히 액체 수분을 뿌릴 준비를 시작했다. 약간의 바람에도 흔들림 없이, 사과나무 위, 3~4m의 높이에서 저공비행을 하며 두 갈래로 액체 수분을 사과 꽃 위에다 뿌렸다. 지그재그로 왔다갔다 하기를 반복하니 4950㎡(1500평) 면적의 수분 작업은 불과 10여분 만에 끝났다. 비행 바람도 약해 사과 꽃에 피해를 거의 입히지도 않았다. 농가 주인 김창규(54)씨는 “며칠이나 걸릴 일인데, 이렇게 빨리 끝날 줄 몰랐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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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창의 한 사과농가에서 드론을 이용한 인공수분 작업에 앞서 전문가가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인공수분은 해마다 봄철 사과 꽃이 필 무렵, 열매를 잘 맺게 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수분을 시키는 일을 말한다. 과거 꿀벌에 의해 수분이 이뤄졌지만, 벌의 수가 적거나 수분수(授粉樹)가 가까이 있지 않을 경우 결실이 불안정하다. 때문에 사람이 벌을 대신해 꽃가루를 면봉이나 타조 털에 묻혀 일일이 수분을 했는데, 이 작업을 드론이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드론보다는 사람이 인공수분을 하는 농가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1㏊(1만㎡) 사과 농가에서 인공수분을 할 경우, 3명의 인부(일당 10만원)가 3일 동안 작업해야 하는데 반해, 드론은 인공수분용 액체 꽃가루 구입과 대여비(조종비 포함)만 지불하면 된다. 이마저도 지자체협력사업으로 거창군이 50%, 농협중앙회 15%, 농협 조합 5%의 비용을 지원해 농민은 30%만 부담하면 된다. 때문에 1ha의 드론수분은 15만원이면 가능하다. 인공수분보다 비용이 6분의 1이 저렴하다.

    고령 농가가 많은 농촌에서 노동력, 비용을 아낄 뿐 아니라 고품질 정형과일 생산율도 높다는 장점이 있다. 인위적으로 꽃가루를 수분하는 방법보다 꽃가루 액체의 수분율이 높다보니 사과 모양을 균형 있게 발달시켜, 기형 발생을 줄인다는 얘기다.

    실제 거창군과 농협이 지난 2016년 1㏊를 기준으로, 실증시험을 한 결과, 타조 털로 수분을 했더니 사과 100짝 가운데 30짝이 부정형과가 나왔고, 드론수분은 사과 100짝 중 5짝에서 부정형과가 나와 차이가 현저히 발생했다.

    거창군지부 방상규 단장은 “사람이 아니라 드론이 공중에서 액체형 수분을 뿌리다보니 수분이 잘 될지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는 농민들이 많다”며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실험을 해보니 충분한 종자 수 확보로 수분이 잘되고, 정형과율도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기온이 낮은 새벽에 주로 하는 드론수분은 무엇보다 꽃가루를 액체 상태로 뿌리기 때문에 대단지 농가에서도 당일 수분·수정이 가능하다. 사과 꽃이 피해를 입으면 수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수정이 이뤄지면 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윤수현 거창사과원예농협 조합장은 “전체 거창지역 1700여 사과 농가 중에서 드론수분을 한 곳은 올해 지자체협력사업을 신청한 96곳”이라며 “앞으로 농업경영비 부담 경감을 위해 예산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 김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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