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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혀 아래 든 도끼- 서영훈(부국장대우 사회부장)

  • 기사입력 : 2018-05-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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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말을 한 날에는 꼭 후회가 든다. 잠자리에 들어도 쉬이 잠을 이룰 수 없다. 그 말은 하지 않아도 되는 말, 그 말은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는 뒤늦은 반성을 하지만 이미 내뱉은 말이다. 내가 뱉은 많은 말 속에는 과장된 말이, 더구나 진실과 거리가 있는 말이 있을 수도 있다. 또 이로 인해 마음에 생채기를 입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다음번에는 절대로 이런 말을 하지 말아야지 다짐했는데도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기도 한다.

    ‘혀 아래 도끼 들었다’고 하지 않는가. 혀에서 나온 말이 다른 이를 해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을 해할 수도 있다는 것을 경계하는 속담이다. 삼가고 또 삼가야 할 것이 말이다.

    말로써 흥하는 이도 있지만, 말로써 망하는 이들도 많다. 한국정치사에서만 봐도 많은 유능한 정치인들이 설화로 곤욕을 치르고 끝내 정치인생에 종지부를 찍는 일도 자주 목격한다. 지난해 초까지 경남도지사를 지낸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도 말에 관한 한 빠지지 않는 사람이다.

    2013년 12월 19일, 그는 경남도지사 취임 1년을 맞아 트위터에 “성과도 많았고 반대편의 비난도 많았다. 그러나 개혁에는 저항이 따를 수밖에 없기에 묵묵히 나의 길을 간다”며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가듯이 나는 나의 길을 간다”고 했다.

    개는 당시 진주의료원 폐쇄에 반대했던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물론 그는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어도 개혁의 대세는 거스를 수 없다는 취지의 은유법이지 국민을 개에 비유하는 직유법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2016년 7월 12일, 그는 도의회 현관을 들어가던 자신에게 “언제까지 공무원에게 책임을 미룰 거냐. 본인이 단 한 번이라도 책임지라”라고 소리치던 여영국 도의원에게 “쓰레기가 단식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냐”라고 했다.

    여 의원이 본회의 답변을 마치고 도의회를 나서던 그에게 “쓰레기 발언을 책임져라”고 항의하자 “(여 의원이 들고 있는 피켓을 가리키며)그 앞의 쓰레기를 좀 치워달라는 거다”라고 비껴 나갔다.

    막말은 이후에도 이어진다.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에는 결혼을 반대한 장인어른을 ‘영감탱이’라고 하여 물의를 일으키고는, 경상도에서 친밀감의 표시로 통상 쓰는 말이라고 했다. 지난달 말 남북정상회담을 두고는 위장평화쇼라고 깎아내렸고, 지난주에는 경남 지방선거 필승결의대회 행사장에 들어가던 그를 향해 피켓시위를 하던 민중당 관계자들을 두고 “창원에 빨갱이들이 많다”고 했다. 빨갱이 발언에 대해 비판이 거세자 “경상도에선 반대만 하는 사람을 두고 농담으로 ‘빨갱이 같다’고 한다”고 했다. 이미 내뱉은 말이어서 되돌릴 수 없게 됐고, 변명을 해보아도 더 이상 먹힐 리가 없다.

    자신이 쏟아낸 말 때문에 창원시민이나 정당 관계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고발 또는 고소된 것은 물론이고, 자당의 지방선거 후보들조차 표 날아간다며 당 대표인 자신에게 발언 자제를 요청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혀 아래 도끼가 들어있다는 말을 새삼 실감하는 오늘이다.

    혀 밑에 도끼가 숨겨져 있다고 하여도, 해야 할 말은 해야 한다. 단지 혀 아래의 도끼를 무시로 날려서 낭패를 보는 사람을 반면교사로 삼으면 된다.

    서영훈 (부국장대우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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