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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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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호스피스, 그 위대한 의미를 되새기며

  • 기사입력 : 2018-05-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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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영희 (희연병원 호스피스 간호계장)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하고 낯설은 단어 ‘호스피스’. 설령 안다고 하더라도 호스피스를 생각하면 ‘죽음’이 먼저 떠오른다는 사람들이 많다. ‘여행자의 쉼터’라는 어원에서 비롯되어 ‘편안한 장소에서 정성스럽게 잘 모신다’는 뜻이 담겨져 있으며, 진정한 의미의 호스피스는 ‘well dying’ 잘 죽는 것이 아니라, ‘well being’ 살아있는 동안 잘 살게 (행복하게) 해주는 것을 진정한 목표로 삼고 있다.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에 우리나라 국민 35명당 1명이 암유병자이며, 기대수명(82~85세)까지 생존 시 남자는 5명 중 2명, 여자는 3명 중 1명이 암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심지어는 암 발생률 1위, 암 사망률 1위라는 보고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듯 암은 나와는 무관한 일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필자는 호스피스 병동에 근무하는 동안 참으로 많은 가족들의 눈물과 고통을 보았으며 한 인간의 생을 마감하는 현장에도 함께했다. 호스피스에 오게 되는 환자들은 항암 및 여러 가지 적극적인 치료에도 더 이상은 치료의 의미가 없다고 판단이 되어 완화의료를 받기 위해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며 여명 또한 수개월 정도 남은 분이 대다수이다.

    현실에서의 한 인간이 암으로 선고받은 이후 죽음이 시시각각 다가옴을 느낄 때 그 마음은 불안과 공포 그 자체이며 또한 극심한 통증으로 많이 힘들어한다. 그 모든 것을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가족의 마음 또한 너무나 힘들 수밖에 없다. 이렇듯 남아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분들에게는 이 하루하루가 얼마나 보석같이 소중한 날일까? 남은 시간을 그저 한탄하고 원망만 하고 보낸다면 마지막 그 순간, 얼마나 가슴 아픈 이별을 하게 될까?

    그분들이 남아 있는 소중한 시간들을 정말 의미 있게, 또한 환자와 가족 모두가 성숙한 마무리를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호스피스가 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호스피스 간호사는 단순히 환자의 고통을 해결해 주는 것만이 아닌 죽음을 앞둔 말기환자와 그 가족에게 사랑으로 돌본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완화의료도우미 등이 한 팀을 이룬 다학제 진료를 통해 환자의 개별성을 관리하고 그 외에도 환자와 가족들이 고통에서 벗어나 편안함 속에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실 수 있도록 종교 활동과 더불어 다양한 요법과 음악공연, 영적상담, 가족모임과 집밥데이, 소풍 등 특별한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와 가족 간의 아름다운 추억을 쌓아 드리고 있다. 또한 호스피스에서는 환자와 가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서로에게 사랑하는 말과 마음을 전하도록 하며, 감사한 마음과 고마움을 나누도록 하며 비록 아프고 힘들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사랑이 넘치는 시간을 만들어 드리고 있다.

    지난해 2월께 결장암을 선고받은 밝은 성격의 한 남자분이 입원했다. 꼬리뼈 부위의 돌발성 통증에 시달리시던 환자분은 본원에 입원 후 즉각적인 통증 관리를 받았다. 고통 때문에 죽을 것 같았는데 살게 해줘 고맙다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노래와 시 쓰기를 좋아하시던 환자분은 이렇게 좋은 곳에 오게 해줘서 행운이라며 저희들에게는 선녀라는 표현을 해주셨고 마지막 순간에는 감사의 편지 또한 적어주셨다. 하루가 다르게 수척해지셨지만 매일 기도와 매주 예배에 참석하셨고, 마지막까지 마음의 평화를 가지시며 죽음을 준비하시던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죽음이란 삶의 마지막이 아니라, 삶의 한 과정이며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어야만 하는 당연한 인생, ‘삶의 완성’이다. 이렇게 성스럽고 존귀한 죽음이라는 과정을 호스피스를 통해 말기암, 불치병의 환자들이 괴롭고 힘들었던 투병생활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평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전인 간호의 완성이라 여기며, 우리 호스피스 팀은 오늘도 환자들 곁에 있다.

    강영희 (희연병원 호스피스 간호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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