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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금기어- 이상규 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18-05-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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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트할 때 남자가 이야기하지 않아야 할 주제로 군대이야기를 들곤 한다. 모임 장소에서 남자들은 군대 이야기를 꺼내 분위기를 싸늘하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기에 더해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를 하면 최악이 된다. 친한 친구 사이에서도 피해야 할 주제로 종교 이야기와 정치 이야기를 들 수 있다. 이 둘은 현대 사회에서 암묵적인 금기어(tabooed word, 禁忌語)인 셈이다.

    ▼금기어는 종교와 그 어원이 관련이 있다. 금기어는 공포의 대상을 기피하려는 호칭금기, 불쾌한 연상을 일으키거나 도덕적으로 꺼려지는 대상을 간접적인 표현으로 바꾸어 부르는 완곡어법, 그리고 현학적이고 예의적인 표현법 등 세 가지로 나뉜다고 한다. 홍역이나 천연두를 ‘손님’이나 ‘마마’로 사용하는 것은 호칭금기에 속하며, 변소를 ‘뒷간’으로, 똥을 ‘뒤’·‘볼일’이라고 하는 것은 완곡어법에 속한다. 조상이나 손위 어른의 본이름이 금기어가 되는 대신에 ‘가친·선친·자당·춘부장’ 등이 쓰인다.

    ▼또한 홀로 있을 때에도 하지 않아야 할 행동들이 있다. 이덕무가 쓴 선비 집안의 작은 예절을 다룬 책 ‘사소절’에는 ‘하지 않아야 할 행동(행동거지:動止)’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말을 할 때는 몸을 흔들거나 머리를 흔들지 말라. 손과 무릎을 흔들거나 발을 흔들어서도 안 된다. 눈을 깜빡이거나 눈동자를 굴려서도 안 되고, 입술을 삐쭉거리거나 침을 흘려서도 안 된다. 턱을 받치지도 말고 수염을 쓰다듬거나 혀를 내밀지도 말라.”

    ▼6·13 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의 계절인지라 각 당과 후보, 언론사에서 실시하는 여론조사가 한창이다. 그런데 어느 곳을 막론하고 여론조사 응답률이 매우 낮게 나타난다. 사람들이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사람들은 같은 편인 것을 확인해야 마음을 열고 반대편에는 말문을 닫는다. 특히 한집안이라도 세대 간 정치 이야기는 꺼린다. 정치가 소통의 장이 돼야 할 텐데 최고 금기어가 된 세상이다.

    이상규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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