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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안 되는 사람- 강지현 편집부 차장

  • 기사입력 : 2018-05-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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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가난했다. 배움은 짧았고, 설움은 길었다. 삶은 늘 고달팠다. 평생을 허리 굽혀 일했다. 어려선 논밭에서, 젊어선 공장에서, 결혼 후엔 집에서. 하지만 엄마의 일은 아무도 일로 쳐주지 않았다. 남편 자식 뒷바라지는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도 따뜻한 위로 한마디 건네지 않았다. 엄마는 그냥 그래도 되는 사람이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가난의 꼬리표는 끈질겼다. 먹고살아야 했다. 하나, 둘, 셋. 자꾸 태어나는 입이 웬수였다. 자식들은 삼시 세끼 꼬박꼬박 엄마 밥을 잘도 받아먹었다. 밥은 먹고 다니냐는 엄마 전화엔 또 밥타령한다 퉁을 놓았다. 아무도 엄마 밥은 걱정하지 않았다. 엄마는 그냥 그래도 되는 사람이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의 유일한 희망은 자식이었다. ‘너희만 다 크면, 너희들만 사람 구실 할 때까지 크면.’ 시련이 닥칠 때마다 이를 악물었다. 엄마의 삶 어디에도 엄마는 없었다. 자식들은 꿈을 찾아 하나둘 엄마 품을 떠났다. 하지만 아무도 엄마 꿈은 묻지 않았다. 엄마는 그냥 그래도 되는 사람이었다.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엄마 생각이 자주 난다. 집안일을 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퇴근을 하다가도 문득문득. 어떤 땐 엄마 소리만 들어도 눈물 난다. 엄마 많이 힘들었지? 엄마는 밥 먹었어? 엄마 꿈은 뭐였어? 진작 한번 물어볼 걸. 5월의 어느 날 심순덕 시인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를 읽으며 늙어버린 엄마를 생각한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사람이 아니었다.

    강지현 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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