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9월 19일 (수)
전체메뉴

성광집.3 (스승의 날) - 이영자

  • 기사입력 : 2018-05-17 07:00:00
  •   
  • 메인이미지


    그분들 숨소린가 바람 끝 따스하네

    옛정 생각나 수첩 폈으니

    수첩에도 세상에도 자취 없네


    무심한 세월 야속하구나

    가방끈 짧은 나를

    먹물 또한 주꾸미 먹물에 불과한 나를

    나는 성광대 출신이라 우기는 이유 하나

    그분들 식당에 와서 남겨준 지혜들

    앉은자리에서 공부하는 주모였기에

    강산이 바뀌도록 재수했기에

    밥집 문 닫았지만 하나뿐인 졸업생

    앞치마 졸업장마냥 두르고

    늦은 인사 허공에 띄운다

    그립고 고마운 이들이여

    ☞ 옛날에는 ‘선생님’이나 ‘대학’이란 용어를 실제로 선생님이거나 대학에만 사용했는데 요즘은 일반화돼 일종의 공용 존칭이 돼버린 것 같다. 고지식한 나는 그 말을 듣는 것도 하는 것도 불편하기만 했는데, 이 시를 읽으니 타산지석이든 간접경험이든 나에게 깨달음을 주는 세상 모든 사람들을 선생이라 불러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러기에 평소 삶과 시가 일치하는 진솔한 생활시를 쓰는 작자가 ‘성광집’이라는 자신이 운영하던 밥집을 찾은 손님들이 밥만 먹고 가는 손님이 아니라 자신에게 지혜를 남겨준 스승이었다고, 자신은 ‘강산이 바뀌도록 재수’한 ‘성광대 출신이라고’ 당당하게 주장하는 이치가 될 것이다. 지금은 ‘수첩에도 세상에도 자취 없’는 분들이지만, 스승의 날이면 그분들의 은혜를 되새겨 고마움과 그리움을 허공에 띄운다니, 참으로 지혜롭고 아름다운 마음인 것 같다. 스승의 날에 존경하는 선생님의 가슴에 꽃 하나 달아드릴 수 없는 살벌해진 현실을 생각하면 이 시가 무슨 철리(哲理)처럼 읽힌다. 조은길 시인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