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9월 20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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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김오현 고성군교육발전위 이사장

‘억척 촌사람’ 제2고향 고성서 ‘끝없는 사랑’ 실천
기부활동 몸에 밴 레미콘 회장
경북 군위 출신, 1980년 고성 정착

  • 기사입력 : 2018-05-1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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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피향이 진하게 나는 사무실 한편 진열장에는 표창장과 감사패가 가득했다. 레미콘과 아스콘을 만드는 삭막한 환경의 회사일 것이라는 선입견은 소나무와 꽃으로 잘 정리된 화단, 상패 가득한 진열장이 있는 사무실로 인해 아늑함으로 바뀌었다. 김오현(68) 고성교육발전위원회 이사장. 고성 사람이 아니면서도 고성 사람인 그의 고성 사랑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군위 사람-고성 사람= 김 이사장은 좋게 보면 소탈하다. 우리말로 하면 ‘촌사람’이다. 고향이 경북 군위군 효령면이다. 27살이던 1977년 사업을 위해 고성을 찾았고 거제와 고성을 오가다 1980년 대구에서 고성으로 이사를 하며 이곳에 정착했다. 고성살이 38년에 그는 누구보다 고성을 사랑하는 고성사람이 됐다.

    김 이사장의 이력서는 참 빼곡하다. 1990년부터 2006년까지 고성씨름협회장, 1996년부터 2006년까지 고성군생활체육회장을 역임했다.

    당시는 정부의 지원이 없어 생활체육협의회 직원 월급과 사무실 임대료를 김 이사장 사비로 운영을 했다. 체육뿐 아니라 라이온스 활동도 하고 법사랑 회장도 역임하는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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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오현 이사장이 사무실 상패 진열장의 고성군민상패를 가리키고 있다.


    ◆고성에 뿌리 내리다= 김 이사장은 어린 시절 철이 들기 전부터 어려운 가정형편을 알고 억척스럽게 살아왔다. 효령면의 오천초등학교와 군위중학교를 졸업한 후 금의환향을 꿈꾸며 고향 군위를 떠나 고성에 터를 잡았다. 낯선 곳에서 의지할 사람 하나 없는 이곳에서 김 이사장은 죽을 힘 다해 일했다고 한다. 이런 노력을 통해 지금은 경남에서도 건실한 중견 업체로 통하는 고성레미콘을 설립했다. ‘회사는 사원을, 사원은 회사를’이라는 사훈은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집보다 편하고 잘 먹을 수 있는 곳이 회사여야 합니다. 회사 복지가 좋아야 일의 능률도 좋아지고, 회사가 발전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 이사장의 경영 철학이다. 그는 연말이면 근면 성실한 우수 사원을 선발해 100만원의 시상금을 전달하는 등 사원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사원들은 “우리 회사는 일하고 싶을 때까지 일할 수 있는, 정년이 없는 회사”라고 자랑한다. 지난해에는 시상금을 받은 사원이 상금을 교육발전기금으로 기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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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이사장이 미국 유학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고성 교육과 인연을 맺다= 체육과 봉사단체에서 활동하던 김 이사장이 고성 교육과 연을 맺은 것은 2003년. 당시 이학렬 군수가 지금도 운영되고 있는 고성학생 미국 유학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부터다. 고향인 군위군의 교육발전위원회에 기금을 기탁하며 교육에 관심을 가졌고 고성교육발전위원회 발기인으로 참여하며 교육 지원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2010년 이사장에 선임된 후 현재 8년째 이사장직을 맞고 있다.

    왜 교육에 관심을 가졌느냐는 질문에 김 이사장은 가난 때문에 공부 못 하는 학생이 없기를 희망해서라고 말한다. “고성은 예로부터 인재가 많이 배출되는 고장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정착해 살다 보니 여느 시골과 마찬가지로 교육환경이 많이 낙후돼 있었어요. 이래서는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 이사장은 교육여건만 개선된다면 인재는 더 많이 배출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며 고성을 전국 제1의 교육도시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가졌다고 한다. 김 이사장은 배우고 싶어도 어려운 가정환경과 열악한 교육여건 때문에 배울 수 없는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고성의 아이들이 세계 속으로 나가 세계인들과 겨루며 자기 분야에서 성공해 고성을 위해 노력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교육발전기금 100억원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김 이사장은 그동안 교육기금만 1억4100만원을 기탁했다. 김 이사장과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그의 장남 김원석 진흥개발(주) 대표도 아버지 선행에 동참, 그동안 6000만원의 교육발전기금을 기탁했다. 부자가 교육기금만 2억원을 쾌척한 것.

    김 이사장은 재직 기간 중 고성교육지원청에서 2011년부터 관내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학생영어종합능력 평가대회를 지원했고, 우수 학생들에게는 장학금과 해외연수 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또 고성군에서 2011년부터 전국 자치단체 최초로 추진한 맞춤형 미국유학 사전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대학과 대학교에 입학한 학생에게는 교육발전위원회를 통해 1인당 각각 300만원, 5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고성 1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그의 기부는 체육·교육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이뤄졌다. 김 이사장은 고성군에서 첫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다. 김 이사장은 지난 2016년 3월 16일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을 기부하기로 약정하고 약정금 2000만원을 납부했다. 고성 1호, 경남 73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김 이사장이 가입할 때 일화를 소개했다. “좋은 일 많이 하시는데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을 해 보시지요. 아직 고성에는 아무도 없어서요. 그거 뭔데요. 이웃돕기 기부입니다. 그럼 해야지요. 1억원이라고 합니다. 좀 많네요. 그래도 할게요. 법인 자금으로는 할 수 없습니다. 개인 돈으로 하셔야 합니다. 회사 돈 말고 내 돈 내라는 거죠. 식구들과 의논해보세요. 내 돈 내라면서요. 내 돈 내는데 뭔 의논을 해요.”

    그렇게 김 이사장은 아너소사이어티가 됐고 주위 지인들을 설득해 회원으로 동참시켰다.

    학생 사랑이 잘 나타나는 일화도 하나 있다. 김 이사장은 2016년부터 미국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연말에 반찬을 보내 주고 있다.

    “미국 유학 중 고향을 찾은 학생을 만났는데, 한국 와서 가장 좋은 게 고향 반찬을 먹는 것이라며 한국음식이 그립다는 말을 듣고 회사 식당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반찬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 반찬은 고성군 유학 사전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에서 유학 중인 고성군 학생 12명에게 전해졌고 아이들에게는 큰 힘이 됐다고 한다.

    김 이사장은 교육 기금 외에도 고성군에 기부한 돈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고성군에서 사업을 시작해 돈을 벌었기 때문에 고성군 일에 앞장서는 것은 당연합니다. 여기서 사업을 해서 이만큼 왔으니까 무형이든 유형이든 일부를 고성군을 위해 갚는 것은 내세울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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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오현(68) 고성교육발전위원회 이사장.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하는 사람으로= 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 이사장은 상패 진열장의 자그마한 유리 상패를 보며 ‘이것들’이라고 했다. 그가 가리킨 하나는 ‘군위군민상’ 패였고 또 하나는 ‘고성군민상’ 패였다. 내무부장관 행자부장관 검찰총장 도지사 표창장 등 금박 상장과 훈장이 가득한 곳에서 군민 상패를 바라보는 김 이사장의 얼굴에는 미소가 퍼졌다. “2000년에 군위군으로부터, 2009년에 고성군으로부터 받은 이 상패 두 개가 내가 나름 잘 살았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듭니다. 악착같이 벌면서 시샘도 받고 안 좋은 소리도 들었지만 고향에서, 그리고 제2의 고향에서 군민들로부터 인정받았다는 게 너무나 기쁩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려는 사람. 김오현 고성군교육발전위원회 이사장은 남은 인생을 계속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단다.

    글·사진= 김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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