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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환경 시즌2] (15) 야생동물 로드킬

전국 고속도로서만 한 해 2500여 마리 ‘희생’
조사기관 달라 발생 건수 들쭉날쭉
고라니 등 포유류가 절반 이상

  • 기사입력 : 2018-05-1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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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5일 통영대전고속도로 함양분기점에서 생초나들목 방향으로 시속 100㎞의 속도로 달리던 고속버스에 반달가슴곰 한 마리(KM-53)가 치였다. 버스의 앞 범퍼가 찌그러질 정도로 큰 충격이었지만, 다행히 왼쪽 앞다리 복합골절 이외에 다른 부상은 없었다. 기적이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과연 그런 듯했다. 앞서 지난 3월 28일 함양군 휴천면 지리산리조트 앞 60번 지방도에서 승용차에 치인 멸종위기종 삵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키 170~180㎝, 몸무게 80~90㎏에 달했던 반달곰에 비해 몸통 길이 50~58㎝, 몸무게 3~5㎏으로 훨씬 작은 삵에게 이 같은 기적을 바라기에는 무리였을까? 삵과 크기가 비슷한 고양이가 도로 위에 주검이 돼 있는 모습은 누구나 한 번쯤 목격했을 것이다.

    한 창원시민은 지난 15일 창원시 시민의소리 게시판에 성산구청 인근 도로에 차량에 치여 숨진 고양이 사체가 이틀째 방치돼 있어 출근할 때마다 보기 안타깝다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이보다 더 작은 두꺼비나 개구리는 어떨까? 매년 봄철만 되면 수많은 개구리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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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드킬을 당한 고라니가 도로 위에 쓰러져 있다./경남신문 DB/


    ◆매년 1000마리 이상, 그보다 더= 국립생물자원관이 전국의 7개 지방·유역 환경청과 함께 조사한 2015~2017년 ‘야생동물 실태조사’에 따르면, 매년 1000마리가 넘는 야생동물들이 로드킬 피해를 당하고 있다. 2015년 1249마리, 2016년 1241마리, 2017년 1141마리의 야생동물이 도로 위에서 숨졌다. 종류별로는 이 기간 로드킬을 당한 개체수 3631마리 가운데 포유류가 절반 이상인 65%를 차지했고, 다음은 조류 21.2%, 파충류 8.7%, 양서류 5% 순이었다.

    로드킬로 가장 많이 희생된 야생동물은 고라니다. 매년 200마리 넘는 고라니가 운행 중인 차량에 치여 죽고 있다. 다람쥐, 너구리, 족제비 등도 해마다 100마리 이상 죽는다. 이를 포함해 매년 로드킬 피해를 당하는 야생동물은 60~70종에 이른다.

    하지만 이마저도 10만여㎞에 달하는 전국 도로 가운데 국도, 지방도, 고속도로를 포함한 244개의 조사 구간(4534㎞·약 4.5%)만을 지정해 매월 1회(국립공원 내 도로는 4회)씩 표본조사한 결과에 불과하다. 한국도로공사가 같은 기간 전체 고속도로(4200여㎞)에서 파악한 로드킬로 희생된 야생동물 수는 2545마리(2015년), 2247마리(2016년), 2550마리(2017년)로 2배가량 더 많다. 이 집계는 국립생물자원관 조사처럼 다양한 생물종을 모두 확인하는 것과 달리 주로 큰 동물을 대상으로 진행했음에도 수가 더 많아, 전문가들은 로드킬을 체계적으로 집계할 경우 연간 수십만 건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로드킬 잦은 시기= 로드킬 피해는 행락객들의 차량 이동이 많은 5~6월에 많이 발생하지만, 야생동물의 종류에 따라 계절적으로 차이를 보인다. 포유동물은 번식기(4~6월)와 분산시기(9~11월)에 로드킬이 많이 발생한다. 새들은 새끼가 자라 둥지를 떠나는 시기인 여름철(6~8월), 양서류는 겨울잠을 깨고 일어나는 봄철(3~5월)에 집중적으로 피해가 증가한다. 파충류 역시 동면에서 깨어난 이후부터 피해가 발생하지만, 이보다는 여름철 비가 내리고 나서 체온조절을 위해 도로변에서 볕을 쬐거나 동면을 위해 낮은 지대에서 높은 지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로드킬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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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사고 위험 커= 갑자기 출현한 야생동물은 운전자에게도 큰 위협이다. 충돌 피해도 크지만, 도로 위에 방치된 야생동물 사체를 피하기 위해 갑자기 차로를 변경하거나 급제동을 하는 경우가 빈번해 교통사고 위험성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야생동물을 발견하거나 충돌했을 시 핸들 급조작과 급브레이크는 절대 금물이다. 상향등을 사용해 동물을 쫓으려 하는 것도 위험하다. 상향등을 켤 경우 일시적으로 동물에게 시력장애가 발생할 수 있어 차량으로 돌진할 위험이 있다. 경적을 울리며 서행으로 통과하는 것이 안전하다. 혹시 충돌을 하게 되면 그 자리에 급정거하지 말고 비상점멸등을 켜고 우측 갓길로 차량을 이동하는 것이 옳다.

    ◆국립공원 내 도로 조심= 국립생물자원관의 조사에서 국립공원을 지나는 도로는 전체 조사구간 4534㎞ 중 291㎞(6.4%)에 불과하지만, 지난 3년 동안 로드킬 발생비율은 해마다 적게는 16.9%에서 많게는 27.2%를 차지해 가장 높았다. 조사 구간이 가장 긴 강원도(1074㎞)보다 로드킬이 더 많이 발생했다. 이 중에서도 지난해 기준 전국의 17개 국립공원을 지나는 41개 노선 가운데 지방도 861호선 지리산국립공원 천은탐방지원센터~도계삼거리 구간의 로드킬 발생건수가 89건(28.4%)으로 가장 많았다.

    ◆경남에선 어디를 조심해야 하나= 국립생물자원관의 조사 구간 중 경남에서 국립공원 부분을 제외한 총 493㎞의 도로 구간(국도 18개·지방도 8개)에서 발생한 로드킬은 2015~2017년 3년간 모두 109건이었다. 이 가운데 국도 2호선 2개 구간(창원시 마산합포구 현동~마산합포구 진전면 임곡리 / 마산합포구 진전면 임곡리~진주시 가좌동)에서 22건의 로드킬이 발생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국도 3호선 3개 구간(진주시 정촌면~사천시 사주리 / 진주시 이현동~산청군 오부면 양촌리 / 산청군 오부면 양촌리~거창군 거창읍 송정리)과 국도 14호선 2개 구간(마산합포구 진전면 오서리~통영시 원문터널 / 창원시 의창구 도계동~김해시 진영읍 좌곤리)에서는 13건이었고, 이어 국도 20호선 2개 구간(의령군 의령읍 정암리~의령군 부림면 신반리 / 의령군 가례면 가례리~의령군 칠곡면 입암리)과 국도 5호선 창녕군 구간이 11건으로 뒤를 이었다.

    고속도로의 경우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2016년 기준 고속도로상 로드킬 분포를 토대로 사고위험도(고(高)-중(中)-조심)를 중부선 통영IC~사천3TN 구간은 ‘고’, 경부선 통도사IC~부산IC 구간은 ‘중’, 남해선 산인JC~창원JC 구간은 ‘조심’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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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존을 위해= 정부는 로드킬을 예방하기 위해 야생동물이 차량을 피해 도로를 지나다니게 할 생태이동통로나 동물들이 도로로 뛰어들지 못하도록 하는 유도 울타리 등의 시설을 설치하는 데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야생동물 사고가 잦은 구간에는 도로 전광표지를 설치하고 운전자들에게 내비게이션으로 안내하기도 한다.

    하지만 상당수의 생태이동통로가 위치나 구조가 잘못돼 있어 실제 동물들이 이용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생태통로를 아무 곳이나 만들지 말고 로드킬 발생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존에는 로드킬 대책 수립의 근거가 되는 발생 건수가 조사기관마다 시기와 구간 등이 달라 통계가 들쭉날쭉했다.

    이에 따라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는 올해 3월 ‘로드킬 조사 및 관리지침’을 제정해 국립공원을 지나는 도로를 제외한 모든 도로에서 발생하는 로드킬은 각 도로를 관리하는 도로관리청(지자체, 국토부, 한국도로공사,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상시 조사하도록 했고, 국립생태원은 로드킬 집중발생 구간에 대해 정밀조사를 실시해 조사결과를 환경부에 보고하도록 했다. 환경부는 조사결과를 토대로 국토교통부와 공동으로 저감대책을 수립하고, 각 도로관리청은 저감대책을 시행하고 그 결과를 매년 12월 국토교통부에 통보토록 했다.

    안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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