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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7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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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341) 제23화 대륙의 사람들 ⑪

“누나는 대부인이에요”

  • 기사입력 : 2018-05-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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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숙도 수행원이 있었다. 서민은행 남자 직원과 갤러리에서 일을 하는 심은지와 전은희였다. 심은지와 전은희는 북경의 고미술을 보러 온 것이라고 했다. 그녀들은 북경시의 공식초청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안녕하세요?”

    심은지와 전은희가 김진호에게 인사를 했다. 서경숙에게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다.

    “안녕하십니까?”

    김진호는 그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심은지와 전은희는 지적인 여성들로 보였다. 산사와도 가볍게 인사를 나누었다.

    “북경시장과 차를 한잔 마실 거야. 인사나 나누는 거지. 저녁식사 후에 시간이 있는데 그때 보자. 북경호텔로 와.”

    서경숙은 부시장 일행을 따라갔다. 심은지와 전은희도 북경의 고미술상가에 간다고 따로 출발했다.

    “우리만 남았네.”

    산사가 맥빠진 표정을 했다. 시계를 보자 오후 4시밖에 되지 않았다.

    “뭐야. 괜히 마중을 나왔잖아?”

    김진호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김진호는 닭 쫓던 개 지붕을 쳐다보는 꼴이었다. 그래도 북경시 부시장과 인사를 나누었다. 완전히 헛일을 한 것은 아니었다. 공항은 언제나 그렇듯이 떠나고 돌아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산사, 가자.”

    김진호는 공항 로비에서 산사의 손을 잡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어머! 속옷이다.”

    산사가 차안에서 선물의 포장을 풀고 환성을 질렀다. 선물은 예쁜 속옷 세트였다. 김진호는 운전을 하여 공항 주차장을 빠져 나왔다.

    “누나는 대부인이에요.”

    “대부인?”

    “중국에서는 여자가 높은 지위에 있거나 권력이 있으면 대부인이라고 불러요.”

    산사는 전에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한국에는 여자에 대해 특별한 호칭이 없다. 차창으로 북경의 교외 풍경이 지나갔다. 북경도 이미 봄이 완연했다. 꽃들이 화사하게 피고 풀들이 파랗게 돋아나 있었다. 시내에 가까워지면서 아파트단지와 빌딩들이 보였다.

    “우리도 밖에 나왔으니 외식하면 안 돼요?”

    산사가 애교를 부렸다. 신호등에 걸리자 김진호에게 달려들어 키스까지 했다.

    “산사는 뭐가 먹고 싶어?”

    회사로 돌아가도 퇴근시간이 임박해진다.

    “스테이크요.”

    “알았어.”

    북경의 외신기자클럽 근처에 유명한 레스토랑 <양정향>이 있었다. 레스토랑에 미리 전화를 걸어 예약을 하고 달려갔다. 산사가 기분이 좋아 콧노래를 불렀다.

    차가 시내에 들어서자 수십 층의 빌딩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북경은 볼 때마다 달라지는 것 같았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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