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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우리는 왜 폐기물에 싸여 사는가?- 박진호(경남발전연구원 연구위원)

  • 기사입력 : 2018-05-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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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의 폐플라스틱이 한국으로 몰려오고 있다. 일본은 작년에 5000t이 넘는 폐플라스틱과 폐비닐을 한국에 수출했고 미국도 올해 들어 한국수출량이 수십 배로 늘어나고 있다. 네덜란드나 홍콩에서도 한국으로 수출이 시작되고 있다. 중국이 지난해 7월부터 플라스틱·비닐·섬유·금속 재활용 쓰레기를 수입하지 않겠다고 세계무역기구에 통보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원래 우리나라는 폐플라스틱을 수출하는 나라였으나 중국이 폐기물의 수입을 금지하면서 우리나라로 폐플라스틱이 몰려오면서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변한 것이다. 결국 중국에 대한 수출량이 작년 대비 90% 이상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 때문에 아파트마다 관리사무소와 재활용 업체 간에 분리수거된 폐플라스틱을 수거하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원래 폐플라스틱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페트병을 배출할 때는 상표 등 다른 재질을 제거해야 하지만, 분리수거 과정에서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서 전국적으로 재활용품 분리수거가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폐플라스틱과 폐비닐은 품질이 좋지 않아 단가가 낮게 책정되는 게 현실이다. 이것은 가정에서 배출되는 폐플라스틱이 재활용 업체에서 처리하기 어렵게 발생되기 때문이다.

    슈퍼나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음료수 페트병을 보면 광고를 위해 포장이 과대하게 되어 있고, 페트병에 붙어 있는 광고 라벨이 분리하기 힘들어서, 페트병을 재활용 단계에서 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환경부에서는 이것부터 시정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필자가 독일에서 유학할 당시인 90년대에도 독일에서는 시장을 보기 위해서는 면으로 된 시장바구니인 ‘에코백’이 필수였다. 시민이면 누구나 에코백을 들고 시장을 보려 다녔고 지방정부의 장관들도 이 에코백을 들고 시장을 보는 것이 당연한 일상사였다. 에코백을 쓰지 않으면 비싼 가격의 비닐백을 사야 하지만 이것도 가게에서는 잘 팔지 않았다. 시민들의 의식도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 에코백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일상화됐다. 아파트나 기숙사에서도 빈병을 색깔별로 구분하고 분리하는 것이 당연한 시민의 의무였다. 독일의 베를린에 본사를 둔 ‘ALBA’사는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업체로, 독일에서 유명한 프로농구팀을 운영하기도 했다. 폐기물을 재활용하면서 환경을 보호하고, 그 수익으로 프로농구팀을 운영하기도 하였으니 시민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우리나라 주부들의 환경의식도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의식이 높은 독일 사람들에 비해서도 우리나라 국민들의 환경의식이나 재활용에 대한 노력은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파트에서 매주 고생해서 분리수거한 재활용품들이 제대로 재사용이나 재활용되지 못하고 제값을 받지 못해서 외국에서 재활용 폐기물을 수입해서 쓰는 이유는, 국민들이 의식보다는 정부에서 폐플라스틱과 폐비닐을 생산단계에서부터 규제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산 폐기물들을 해외에 판매하기 위해서 태스크포스를 운영하겠다고 환경부에서 발표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폐플라스틱과 폐비닐의 품질을 높여서 자연스럽게 수출이 되도록 하고 국내에서 경제적으로 재활용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생산단계부터 페트병의 색깔부터 규제하고 종류를 단순화하여 재활용이 쉽게 되도록 해야 하고, 페트병에 붙는 라벨도 분리되기 쉽게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폐비닐도 색깔을 규제해 고품질의 재활용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행정규제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환경의식은 외국의 선진국에 비해서 결코 낮지 않다. 그러나 그것을 뒷받침해 줄 수 있도록, 폐플라스틱이나 폐비닐이 생산단계에서부터 관리가 되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정부의 당면한 현안일 것이다.

    박 진 호

    경남발전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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