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9월 24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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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름은 청춘] NC다이노스 치어리더 장세정 팀장

“선수들에겐 기 팍팍, 팬들에겐 흥 팍팍 주지요”

  • 기사입력 : 2018-05-22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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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려한 겉면만 보고 뛰어들기엔 감당하기 어려운 힘든 부분이 많아요.”

    한 달에 50만원도 채 벌기 어려웠다. 정해진 월급도, 연봉도 없다. 때로는 근거 없는 편견에 시달리고, 불쾌한 성희롱도 감수해야 했다. ‘서른’ 앞에서 벌써 은퇴를 걱정해야 할만큼 불안정하다. 하지만 이 모든 걸 상쇄시킬 만큼 그는 이 일이 좋았다. 그래서 오늘도 단상에 선다.

    지난해부터 NC다이노스 구단 치어리더 ‘랠리 다이노스’로 활동하고 있는 8년차 베테랑 치어리더 장세정(29)씨. 호감에서 시작했던 이 일은 시나브로 그의 전부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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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세정(왼쪽) NC 다이노스 치어리더 팀장이 창원 마산구장 외야 응원석에서 팀원들과 함께 응원을 펼치고 있다./성승건 기자/

    ◆사람들 앞에 서길 좋아하던 아이

    “학교 축제란 축제는 안 나가본 적 없는 것 같아요.”

    연기든 춤이든 사람들 앞에 서는 걸 좋아했다. 중·고등학교 땐 연예기획사에서 연기를 공부했고, 대학도 연극영화과를 다녔다.

    “연기는 체질이 아닌 것 같아서 부전공으로 무용을 했어요. 재미는 있었는데 순수무용 쪽은 어려서부터 시작한 친구들과 경쟁이 힘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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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업 즈음 콩쿠르에서 상도 많이 탔지만 미래에 대한 걱정이 태산 같았다.

    “무용단을 준비할까 하던 중에 지인이 치어리더는 어떠냐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찾아봤는데 그 길로 빠졌죠.”

    운명이었을까. 치어리더 에이전시에 면접을 보러 갔을 때였다. “면접관이 춤 좀 춰봤냐고 묻더라고요. 그렇다고 했죠. 그런데 다음 날 전화가 온 거예요. 연습에 나오라고. 알고 보니 3일 뒤에 축구경기가 있었는데 치어리더 한 명이 펑크를 내버린 거였어요. 그래서 갑자기 데뷔를 하게 됐죠.”

    자신은 있었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였다. 나이 스물둘. 그는 그렇게 FC서울 치어리더로 데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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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부모님께선 제가 뭘 하든지 6개월은 하라고 하셨어요. 근데 하다보니까 이게 너무 재밌는 거예요.”

    막내 땐 한 달에 50만원도 못 벌었다. 들어가는 경기 수에 따라 정해지는 수입. 연봉이랄 것도 없는 불안정한 자리지만 세정씨의 부모님은 두 팔 벌려 딸의 꿈을 반겼다. 어렸을 적부터 통통 튀는 에너지의 딸에게 맞춤이다 싶었다고.

    어머니는 말했다. 세상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너는 그것을 찾았다고. 또 그것을 찾았다고 해도 여러 가지 이유로 못하는 사람도 많으니 돈에 연연하지 말라고.

    부모님의 응원은 지금도 여전하다.

    “20대 후반이 되니까 조금 있으면 서른인데 은퇴하면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싶더라구요. 부모님께 난 이 일이 너무 좋다고 했더니 그냥 아무 생각하지 말고 하고 싶은 만큼 더 해보라고 하시더라구요. 하다 보면 길이 보일 거고 없으면 제가 만들면 된다고요. 부모님은 든든한 버팀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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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겉면만 보기엔 감당할 게 많다

    그는 ‘아이돌 준비하다가 안된 애들이 치어리더 한다’는 얘기가 제일 아프다. 그렇게 일을 시작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마음으로 시작하면 너무 힘들 거란 걸 세정씨는 안다.

    “수고했다고 격려해주는 팬들도 많지만 간혹 ‘너희 때문에 졌다’ ‘너넨 시끄럽기만 하고 도움이 안된다’ 같은 말을 아무렇게나 하세요. ‘너희는 연봉도 많고, 쉽게 돈 벌잖아. 세 시간만 춤추면 돈 벌잖아’ 이런 말을 면전에 대고 하기도 하고요. 사실은 전혀 다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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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즌 전을 기준으로 많을 땐 지금은 하지 않는 선수 등장송을 비롯해 개인·전체 응원가 등 외워야 할 곡이 30개가 넘었다. 오전 10시에 모여 막차를 타고 집에 가기 일쑤였다.

    TV를 통해 유명해진 일부 치어리더 외엔 수입도 그리 많지 않다.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워크넷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치어리더 임금은 평균 2039만원이다. 상위 25%도 2496만원이고 하위 25%는 1583만원에 불과했다.

    “치어리더들 임금으로 한 달 생활비도 버거워요. 20대 초반에야 카페 알바보다는 많이 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이가 들면 미래 생각에 힘들죠.”

    근래엔 구단에서 경호을 받고 사람들 인식도 비교적 나아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희롱적 발언이나 고의적인 신체접촉, 악의적인 촬영을 감수해야 했다. 지금도 홈경기가 아닌 원정경기에서는 알아서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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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쁜 외모보단 밝은 에너지

    치어리더에 대한 세정씨의 철학은 확고하다.

    “저희는 팬들의 표정과 숨소리에 가장 가깝게 닿아 있잖아요. 경기가 지고 있을 땐 경기장 전체 공기가 무거워져요. 그럴 때 응원으로 분위기가 달라지고 그걸 또 선수들이 느끼고 힘을 내서 좋은 결과를 낼 때 아주 보람차죠. 하지만 그걸 떠나서 경기에 지더라도 소중한 시간 내어 경기장에 온 팬들이 축 쳐져 귀가하기보다는 재밌게 놀고 간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 그게 저희 역할이죠.”

    치어리더가 갖춰야 하는 역량은 타고난 춤 실력도, 예쁜 외모도 아닌 밝은 에너지라고.

    “치어리더가 단순히 춤추는 직업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춤 실력이 타고난 친구들은 많이 없어요. 노력여부에 따라 다르고요. 춤만 춘다고 할 거면 댄스팀이나 다른 걸 해야죠.”

    스포츠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직업이기 때문에 스포츠 공부는 기본이다.

    “야구 룰도 모르면서 데뷔하는 애들이 많거든요? 문제라고 봐요. 왜 팬들이 좋아하고, 왜 지금 아쉬워하는지 알아야 하거든요. 야구선수를 다 알 순 없지만 자기 팀 선수는 알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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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하면 치어리더 학원 차리고 싶다

    세정씨는 ‘예쁘게 하고 아이돌 춤을 추는 것’과 같은 편견은 현재 치어리더 육성 시스템의 문제라고 본다.



    “스포츠 룰 같은 것도 체계적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현역으로 뛰면서 누군가를 가르치긴 스케줄상 불가능하다고 보죠.”

    겨울시즌이면 세정씨는 어린이 치어리더를 가르치고 있다.

    “은퇴하면 아카데미 형식의 학원을 차려서 치어리더로서 갖춰야 할 것들을 가르치고, 반대로 치어리더들이 좀 더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데 힘을 쏟고 싶어요. 이 일이 좋아서 20대를 다 바쳤는데 돈 때문에, 미래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 건 너무 안타깝잖아요. 당장 저부터 말이예요.”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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