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9일 (금)
전체메뉴

[세상을 보며] 문화예술인으로 살아남기- 양영석(문화체육부장)

  • 기사입력 : 2018-05-24 07:00:00
  •   
  • 메인이미지

    우리는 흔히 문화예술인들을 고상하고 화려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거나 무대에 섰을 때 모습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가 취재과정에서 만났거나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문화예술인들의 면면을 보면 일반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간혹 자기 주장이 강하거나 고집이 있는 분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그것은 자신의 작품이나 예술행위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표출된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예술행위와 창작활동을 할 때는 예술적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고뇌하고 모든 열정을 쏟아붓지만 일상으로 돌아오면 자녀문제, 가정경제, 건강, 노후대책 등을 고민하는 보통 사람들이다.

    한국 사회에서 문화예술인으로서 살아남기는 참으로 만만찮다. 대중예술에 대한 수요는 어느 정도 형성돼 있는 반면 순수문화예술 소비시장은 위축돼 있고, 공급 과잉으로 문화예술인들은 넘쳐나지만 일정 수준의 수입이 보장되는 정규직 일자리는 극히 적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5 예술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창작활동으로 버는 월평균 수입이 100만원 이하인 경우가 설문에 응답한 예술가들의 65.1%에 달할 정도로 열악하다.

    빈곤 때문에 창작을 할 수 없게 된 상황을 넘어서 생존마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 이들도 많다. 고상하고 화려해 보이는 이면에는 먹고사는 인간의 기본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창작활동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대놓고 요구하거나 자신들의 처지를 불평하지도 못한다. 그러한 권리를 주장하면 예술의 순수성에 위배되는 물욕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술인들은 그러한 사회적 편견을 이기지 못하고 가난을 일종의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본업으로 먹고살기 어렵다 보니 문화예술인 상당수가 다른 일을 병행하면서 생계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임시직을 전전하고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느라 창작활동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워져 생존과 창작 사이에 악순환이 반복된다. 예술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으로 버텨보지만 문화예술인의 꿈을 접기도 한다.

    지난 2011년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가 생활고로 사망한 뒤 예술인들의 열악한 창작 현실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른바 ‘최고은 법’이라 불리는 예술인복지법이 제정됐다.

    이 법은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법으로 보호하고 예술인 복지 지원을 통해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증진하고 예술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선진국의 예술인복지제도처럼 고용보험과 연금을 포함해 실질적인 사회보장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져 있지 않다.

    문화예술인들은 우리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문화예술은 바쁘고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기 위한 힘의 원천이 되며 또한 많은 영감을 준다. 우리는 문화예술을 통해 꿈을 꾸게 되고 아름다움을 향유하며 심오하고 새로운 자기 나름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

    이처럼 소중한 일을 하는 문화예술인들이 생계 걱정 없이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양영석 (문화체육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