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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대한민국- 김동권(거제소방서장)

  • 기사입력 : 2018-05-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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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건물을 방문하게 되면 하는 일이 있다. 바로 비상구를 챙겨 보는 것이다. 업무적으로 하던 일이 어느덧 버릇이 되어버렸다. 안전교육, 지도점검 등 업무차 방문하는 대상물, 다수의 사람들에게 모두 발언시 항상 건물의 비상구 위치를 확인하고 안내하는 것으로 발언을 시작한다. 비상구를 안내하는 일은 사람들에 대한 나의 작은 배려이자 관심의 표현이다.

    며칠 전 ‘역린’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여운이 남았던 장면이 있다. 영화 속 정조는 신하들에게 중용 23장을 외울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데, 정조를 가까이서 모시며 왕의 서책을 관리하는 내관으로 학식이 뛰어났던 상책 역의 배우 정재영이 중용 23장을 읽은 장면이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정조의 철학을 읽을 수 있는 중용의 구절로 한마디로 말하면 온 정성을 다하라, 그러면 바뀐다는 내용으로 요즘 시대에 필요한 마음가짐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우리 대한민국은 끊임없이 크고 작은 참사를 겪으면서 분노하고 좌절하고 안타까워했다. 대형 사고를 일으킨 근본적인 원인 중의 하나는 각자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결과이자 우리가 직접 만든 작은 원칙들조차도 지키지 못한 결과일 것이다.

    이미 역사를 통해서 작은 무관심들이 하나둘 모여 큰 재난을 초래했던 불편한 진실들을 목격해 왔다. 지금의 모든 안전 관련 법규와 매뉴얼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흘렸던 소중한 피의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안전이란 결국 다른 사람들을 위한 작고 세심한 배려에서부터 시작한다. 사소한 것일지라도 정성을 다하여 진심이 묻어 나오도록, 그렇게 변화가 되도록 오늘도 안전 대한민국을 위해 나아가도록 노력하겠다.

    김동권 (거제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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