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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은 단정하게- 김달님(공공미디어 단잠 기획팀장)

  • 기사입력 : 2018-05-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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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유월이다. 열두 달을 딱 반으로 접은 달이다. 작년 10월부터 지금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 더 늦기 전에 써야 한다는 마음으로 매일 글을 썼고, 그 글로 운이 좋게 올해 1월 출판 계약을 했다. 그리고 3개월간 마음을 다해 쓴 글이 4월 말에 책이 되어 세상에 나왔다. 작가에게 책은 힘들여 낳은 자식과도 같다던데 정말로 그런 마음이 들었다. 수시로 서점에 들러 책이 제 자리에 잘 있는지 애틋하게 살펴보고, 리뷰를 확인하며 주변 반응에 예민하게 귀를 열었다. 일희일비하지 말자 다짐했지만, 긍정적인 독자 리뷰를 보면 기쁘고 예상보다 반응이 적을 땐 우울해졌다. 바다 한가운데 둥둥 뜬 채로 이리저리 휩쓸리는 기분이 들었다. 한동안 맡은 일에 집중을 못하고, 생활을 살뜰히 돌보지 못했다. 문득 달력을 보니 오월 말. 유월에 해야 할 일들이 달력에 빼곡히 적혀 있다. 이제는 마음을 정돈할 때다.

    졸업한 대학교 안에 5000원이면 커트를 할 수 있는 작은 미용실이 있었다. 2009년 12월 말, 추위에 잔뜩 몸을 웅크린 채 미용실 문을 열었다. 방학이라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50대 후반의 왜소한 남자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몇 번 마주친 적 있는 경비 아저씨였다.

    소파에 앉아 언 손을 난로에 녹였다. 그 사이 주인 아주머니는 거울을 통해 아저씨 머리를 살폈다.

    “깎은 지 얼마 안 됐음서 왜 또 깎는대? 예쁘게 보일 일이라도 있는가?”

    아저씨는 아주머니 농담에 미소 띤 얼굴로 대답했다.

    “곧 새해니까요. 새해는 단정하게 맞아야죠.”

    그 대답에 아주머니는 “아~” 하곤 정성스레 아저씨 머리를 다듬었다. 눈을 감은 아저씨 얼굴 위로 머리카락이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나는 아저씨의 그 말이 좋았다. 새해엔 단정해야 한다는 말을 마음에 품고, 다음 해를 맞았다. 지금 그 말이 다시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내 손을 떠났다. 쓰는 동안 최선을 다했고, 이젠 더 이상 내 몫이 아니다. 그러니 덜 흔들리기로 한다. 남은 한 해를, 앞으로도 계속될 글 쓰는 삶을 준비하는 자세를 고쳐 앉는다. 새로이 시작하는 한 해의 반, 단정해지기 좋은 유월이다.

    김달님 (공공미디어 단잠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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