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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포지티브 옥시덴탈리즘- 조민정(독자)

  • 기사입력 : 2018-05-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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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이 서구인이 개념화하는 동양에 대한 곡해적 인식이라면, 그 반대로 ‘옥시덴탈리즘(Occidentalism)’은 동양의 서구에 대해 굳어진 편견이나 태도를 의미한다. 개중에서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서구를 선망화하는 ‘포지티브 옥시덴탈리즘(Positive Occidentalism)’이다.

    최근 ‘윤식당’을 보면서 불쾌한 의문을 갖는 시청자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tvN 프로그램 ‘윤식당’은 이국에 한식당을 차리고, 가게를 운영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한식을 홍보하고 나아가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좋은 취지일 뿐인데, 무엇이 문제냐 생각할지도 모른다. 일부 시청자들이 불편하게 삼는 것은 서양인이, 특히 백인들이 한식을 먹고 인정을 해주는 데서 쾌감을 느끼는 우리의 모습이다. 관광명소를 제외한 동남아시아나 혹은 아프리카에서 평가를 갈구하는 프로그램이 있는가? 대개 아니다. 미디어가 조명하는 한 우리를 평가하는 입장에 서 있는 것은 대부분 선진한 국가 측에 있는 서구이다. 칭찬을 받고 흐뭇해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문화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고 느끼는 자부심은 문화적 결속력을 강화하고 정체성을 부여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미디어가 과도하게 서양인의 칭찬과 인정에 집착하는 행태를 상당히 많이 목격해왔다.

    “Do you know Kimchi?”, “Do you know PSY?”, “Do you know Gangnamstyle?”, 해외 스타들이 내한하면 여러 기자들이 상투적으로 하는 질문이다. 지나칠 정도로 한국에 대한 인지도를 강조하는 모습에 다들 신물이 난 적 있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방송에서 쏟아지는 외국인의 한국에 대한 호평은 애국심을 들끓게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작위적으로 보인다. 모두가 같은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볼 수 없는 것은 불가능함에도, 미디어는 한국에 대한 좋은 평가만을 방송에 내비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세태를 풍자하는 것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코미디 프로그램인 ‘SNL 코리아’에서는, 지난 ‘클레이 모레츠’의 방한 때 한국 팬심을 사로잡는 방법으로서 위와 같은 식상한 질문들에 무조건 ‘YES’라고 답할 것을 제시하며 큰 웃음을 주었다. 한편으로 우리가 얼마나 외국인의 ‘동의’를 받는 데 몰두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던 씁쓸한 조롱이었다.

    각국의 여러 패널들이 출연해 특정 주제에 대한 담화를 나누는 JTBC 토크쇼 ‘비정상회담’ 또한 “초반에는 외국인이 가진 신선한 시선을 보여주었으나, 점점 한국의 장점을 논하는 등 순화되는 느낌”이라는 비평을 받기도 했다. 동남아시아 여성이 한국에서 시집살이 따위를 하는 인간사를 담은 다큐멘터리는 차고 넘친다. 한국 미디어에서 서구권은 일종의 지위를 가지고 있고, ‘똑똑한’ 역할은 한쪽에 편중되어 있다. 비정상회담이 위시하는 것이 정말로 ‘다양성’인지는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조민정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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