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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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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349) 제23화 대륙의 사람들 19

“저 술 한잔만 사주세요”

  • 기사입력 : 2018-05-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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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들어갈게요.”

    퇴근시간이 되자 등려화가 사무실에 들어와서 말했다. 김진호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직원들은 퇴근하는 사람들과 남아서 일을 하는 사람 등 다양했다. 퇴근 후의 업무는 직원이나 팀장들의 재량에 맡겼다.

    ‘중국 은행에 대출을 받아야 하나?’

    자금은 몇 달 전부터 준비해야 했다. 서경숙에게도 자금 현황에 대해서 보고했고,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도 보고했다. 서경숙은 나름대로 대책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서경숙이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김진호가 세워야 하는 것이다.

    사무실에 30분 정도 앉아 있다가 나왔다. 강정이 사무실에서 나오다가 김진호에게 목례를 했다.

    “퇴근해요?”

    “네.”

    강정이 미소를 지었다. 강정은 통통한 몸을 갖고 있다.

    “내일 봐요.”

    “네. 저 사장님….”

    강정이 재빨리 김진호를 불렀다.

    “네?”

    “저 술 한잔만 사주세요.”

    강정이 수줍은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은 약속이 있는데….”

    김진호는 등려화와 저녁을 약속한 것이다. 강정이 싫지 않았지만 등려화와의 약속을 취소할 수 없었다.

    “그럼 다음에 사주세요.”

    강정이 재빨리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래요. 내일 꼭 맛있는 거 사줄게요. 내일 약속이 있어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에이. 나도 강정씨와 술 한잔 먹고 싶었어요. 내일 약속해요.”

    “안 그러셔도 되는데.”

    “내가 같이 식사하고 싶다니까. 내가 내일 맛있는 거 살게요.”

    김진호는 강정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회사를 나왔다. 강정은 혼자 살고 있는 여자다. 그녀가 먼저 접근해오고 있으니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여자를 좋아하는 걸 알고 있나?’

    강정과 사랑을 나누는 상상을 하자 하체가 뻐근해왔다.

    김진호는 와인을 사기 위해 대형마트로 갔다가 꽃도 샀다. 등려화의 집에 이르렀을 때는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

    “어서 와요.”

    등려화가 환하게 웃으면서 문을 열어주었다. 김진호는 꽃과 와인을 등려화에게 건네주었다.

    “프리지아네. 아유 예뻐.”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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