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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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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여름철에도 ‘쓰쓰가무시병’ 조심

‘살인 진드기’의 철없는 외출
봄·여름 풀숲도 안심 못해요
가을철 주로 발생… 야외활동 많은 계절도 조심

  • 기사입력 : 2018-06-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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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쓰가무시병은 렙토스피라증, 신증후군출혈열 등과 함께 가을철 발열성 질환의 하나인데 그 중 ‘쓰쓰가무시’라는 병명은 ‘재난, 피해를 뜻하는 쓰쓰가’와 ‘벌레를 뜻하는 무시’의 일어 합성어로, 벌레에 의해 사람이 재난 혹은 피해를 받는다는 뜻이다. 초창기의 연구가 일본에서 이루어졌고 병원체가 일본인 학자에 의해서 발견되면서 붙여지게 되었다.

    흔히 이 병은 가을철에 많이 걸린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야외활동이 많은 봄·여름철에도 매우 조심해야 한다. 매개체인 털진드기의 수가 기후온난화에 의해 증가했고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야외활동과 레저생활을 위하여 산과 들로 여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 질환은 Orientia Tsutsugamushi라 불리는 미생물에 의해 발생하는 전염병으로 이 병원균에 감염된 털진드기의 유충이 사람을 물었을 때 균이 인체 내로 들어가 혈액과 림프액을 통해 전신으로 퍼져 발열과 혈관염을 일으킨다. 주로 발열, 두통, 발진 등의 초기 증상을 거쳐 기침, 구토, 근육통 및 복통으로 그 후에는 혈액 순환 장애, 호흡기 장애, 신경계 이상으로 치료시기를 놓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질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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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경기 북부지역에서 환자 발생이 보고된 이후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예전에는 농촌에서 주로 환자가 발생했으나, 최근에는 도시나 농촌 구분 없이 환자가 발생하는 추세로, 이는 야외 활동의 증가와 연관이 있다. 물론 발생률은 여전히 농촌지역이 높다.

    참고로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0년에는 5600여명, 2012년도에는 8600여명, 2013년에는 1만명 이상으로 급증한 상태이고, 2014년에는 발생자수가 8130건, 사망자수는 13건에 이른다.

    감염 증상으로는 털진드기 유충에 물린 다음 1~3주 간의 잠복기를 거친 후 갑자기 시작되는 오한, 발열, 두통이 초기 증상이며 기침, 구토, 근육통, 복통 및 인후염이 동반되고 결막충혈과 림프절 비대가 발생하며, 좁쌀만 한 발진과 진드기에 물린 자리에 생기는 딱지인 가피가 나타난다. 이때 감기 몸살 증세와 비슷해서 많은 분들이 개별적으로 감기약 등을 구입해 드시거나, 아무 치료 없이 지내시다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발진은 손바닥과 발바닥을 제외한 상·하지와 체간에 주로 발생하고, 발진 발생 1~2주일 정도에 소실된다. 가피는 약 1㎝ 정도 크기인데, 이는 쓰쓰가무시병 진단에 있어서 임상적으로 가장 중요한 소견이다. 가피는 우리나라 쓰쓰가무시병 환자의 50~93%에서 관찰되며 가피가 확인되는 부위는 주로 팬티 속, 겨드랑이, 오금 등 피부가 겹치고 습한 부위에 자주 생긴다. 배꼽, 귓바퀴 뒤, 항문 주위, 머릿속 등 찾기 어려운 곳에 숨어있는 가피도 있어 철저한 신체검사가 필요하다.

    질병 전파의 위험은 없지만 치료가 늦어질 경우 합병증으로 심근염, 뇌수막염, 폐렴, 범발성혈관내응고증, 간염, 호흡부전, 급성신부전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러한 합병증으로 30%까지의 사망률을 보일 만큼 무서운 병이다. 따라서 야외 활동력이 있으면서 위와 같은 증상이 발생할 때는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겠다.

    쓰쓰가무시병은 야외 활동력과 함께 가피와 발진 등 특징적인 소견을 통해 임상적으로 진단할 수 있다. 그러나 환자에서 발진이나 가피가 동반되지 않은 경우도 종종 발생하는데, 임상 증상만으로 쓰쓰가무시병을 진단하기 어려운 경우 혈액검사로 혈청학적 검사, 유전자 검사나 배양검사 등으로 확진한다. 치료는 환자마다 다를 수 있지만 조기에 진단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빠르게 호전될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는 경구항생제로 약 5일에서 일주일간 치료를 한다. 다만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합병증이 발생한 단계에서는 치료가 어려워지거나 길어질 수도 있다.

    가장 최선의 예방법은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다. 과거에 비해 도·농촌 간 이동이 활발하고, 최근에는 캠핑이나 등산 등의 야외 활동이 많아지면서 노출 빈도가 높아졌기에 특히나 유행기, 즉 9월에서 11월에는 관목 숲이나 유행지역에 가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 진드기와 접촉을 피하기 위해 야외 활동 시에는 긴 소매 옷과 긴 바지를 착용하고 야외에서는 돗자리를 사용하며 풀밭에 앉거나 눕는 행위나 옷가지 등을 풀밭에 두는 행위는 금해야 한다.

    야외 작업할 시에는 기피제를 처리한 작업복과 토시를 착용하고, 소매와 바지 끝을 단단히 여민 후 장갑과 장화를 착용해야 한다. 야외활동 후에는 작업복이나 활동 시 사용했던 옷을 털어내고 세탁하여 햇볕에 말리며, 즉시 샤워나 목욕을 하는 것이 좋다. 간혹 야외 활동 중 용변을 풀숲에 들어가서 앉아서 일을 보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 또한 진드기에 노출되는 상황이기에 주의해야 한다.

    쓰쓰가무시병은 한 번 감염되면 평생 면역을 갖게 되지만, 항원성이 다양한 쓰쓰가무시병의 경우에는 재발할 수도 있다. 회복된 환자는 재감염 시 저항력을 나타내어 감염될 확률이 낮지만, 다른 혈청형 균에 감염 되었을 때는 방어력이 낮은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그래서 다양한 항원성으로 인해 한번 감염되더라도 다시 감염될 수 있으며, 이것이 이 병을 백신으로 예방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야외에서 여가 활동을 하거나 작업하는 분들은 앞서 말씀드린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켜주길 바라며, 진단이 비교적 어렵지 않은 질환이므로 혹시 야외 활동 후 감기 몸살 증상이나, 유사한 증상이 보인다면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으시길 당부한다.

    이준희 기자

    도움말= 창원 희연병원 가정의학과장 백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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