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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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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당신을 여행하다- 백경희(창원 the큰병원 홍보실장)

  • 기사입력 : 2018-06-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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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세 유럽 귀족들은 자녀에게 여행을 통해 고난을 극복하는 지혜를 가르쳤다고 한다. 여행(Travel)의 어원은 모험과 고생을 뜻하는 라틴어(Travail)에서 출발했다. 그렇다. 새로운 풍경과 함께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다면 어찌 그 어떤 고생도 마다할 수 있겠는가.

    최근 200점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매력적인 여행지들을 마주했다. 바로 이탈리아. 북부에서부터 남부까지 약 5000㎞가 넘는 장거리를 이동했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그래도 영원의 도시 로마를 보니 ‘로마에 도착한 날은 내게 제2의 탄생일이자, 진정한 삶이 다시 시작한 날이다’라는 괴테의 감정 한 줄을 빌려오고 싶을 정도로 공감되었다. 정말이지 이탈리아 곳곳의 웅장한 건축물과 화려한 작품 앞에서 매료되고 압도되었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렇듯 혼이 담긴 작품은 우리의 영혼을 감동시키는 것 같다.

    그런데 이번 여행이 내게 더 의미 있던 이유는 바로 ‘부모님’이었다.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한 가족 여행과는 사뭇 느낌이 달랐다. 나에게 새로운 모습들이 보였다. 세상을 향해 반짝이는 어머니의 눈빛과 찬란한 유적들 앞에서 감탄하던 아버지의 모습. 평소보다 더 반짝이는 부모님이 눈에, 마음에 들어왔다. 호기심 많은 소년, 소녀같이 활짝 웃던 그 모든 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고, 영상으로 담았다. 가족들과 함께 감정을 공유했고 추억을 나누며 그 시간에 온전히 집중했다. 그렇게 부모님은 세상을 여행했고, 나는 부모님을 여행했다. 늘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시간은 가슴 벅차도록 행복하다. 그런 나에게 부모님을 여행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여행이 된 순간이었다.

    여행이란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며 사람들에게서 시작된다. 결국 나라는 사람과 다른 사람의 다름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여행의 본질이 아닐까. 가족은 가까이 있어 나를 잘 알 것 같지만 어쩌면 더 모를 수 있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좋다. 가족과 함께 떠나자. 그 여행은 분명, 우리의 날들을 한참은 더 따뜻하게 해 줄 것이다.

    백경희 (창원 the큰병원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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