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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당신은 쟁우(諍友)가 있나요?-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 기사입력 : 2018-06-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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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10여 년 전 급성 패혈증으로 보름 넘게 의식을 잃고 사경을 헤멜 때, 문병을 온 친구들이 ‘살아도 올바른 사람이 안 되겠다’는 말을 하였지만, 지금은 망팔(望八)을 바라보고 있다.

    문병 온 한 죽마고우가 손을 꼭 잡고는 “나는 지금 암을 앓고 있는데 자네 병은 별것 아니네. 힘을 내라!”는 덕담 때문인지 빠르게 호전되어 퇴원을 했지만, 그 친구는 먼저 유명을 달리했다.

    그는 생전에 덕을 많이 쌓고 행실이 어질고 바르게 처신하여, 친구들의 귀감이 되어 ‘젊은 군자(君子)’라고 부를 정도였는데 이를 두고 인명은 재천이라고 하는가 보다.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많은 친구들과 인연을 맺는다. 친구들 중에는 철새같이 편할 때는 합류·동조하고,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등을 돌리고 아첨하기를 좋아하는 친구를 닐우(友)라 하였으며, 사사로이 무리를 지어 사기나 치고 공갈 협박을 일삼는 친구를 적우(賊友)라고 일컫는다고 했다.

    공자님 말씀에 진정한 친구는 힘들고 어려울 때 사심 없이 충고를 해주고, 남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친구를 쟁우(諍友)라고 하였다.

    쟁우는 산과 같은 친구다. 산은 쉽게 가까이도 하고, 뭇 생물들의 보금자리가 되어 주고 온갖 생명을 싹 틔우게 하는 곳이다.

    산은 그 누구에게도 조건 없이 편안하고 기쁜 마음으로 은혜를 베풀어 주기 때문에 쟁우와 같다.

    사람들은 누구나 주변에는 다양한 친구들이 있게 마련이다. 평생을 살아가면서 이해관계에 따라 변덕스런 날씨같이 변하는 닐우(友)는 마땅히 경계를 해야겠지만,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여하튼 잘못을 솔직히 말해주고 충고해 주는 우직한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그 사람은 성공적인 인생을 살았다고 한다.

    옛말에 선비는 최소한 1인 이상의 쟁우를 가져야 하며, 부모는 최소한 1인의 쟁자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자신의 면전에서 비판과 바른말을 해 줄 수 있는 친구나 가족, 그리고 위정자, 기업인, 부모는 남의 구설수에 오르지 않으며 명성을 절대 잃지 않는다고 했다.

    지금 6·13 지방선거가 카운트다운 되어 9000여명이 2.3대1의 경쟁 속에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출마자들의 쟁우는 과연 몇 명이나 되는지? 우리나라 굴지의 기업이 태풍을 맞고 있는데 진정한 쟁인은 있었는지? 국내외 정치 상황은 정신없이 돌아가는데 쟁인이 몇 명이나 되는지? 궁금하다.

    ‘진정한 쟁인(諍人)이 몇 명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하고 우려를 해 본다.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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