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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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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선거 격전지를 가다] (3) 함안군수 선거

“그래도” vs “이번엔”… 보수 강세 속 변화의 바람 분다
민주당 - 한국당 - 무소속 3파전

  • 기사입력 : 2018-06-06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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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4일 조용하던 함안군 군북면 군북장이 떠들썩하다. 군북장날이다. 빨강, 파랑, 하양, 노랑, 보라 물결이 일렁인다.

    6·13지방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군북에서는 첫 대규모 유세전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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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김용철(왼쪽부터), 한국당 조근제, 무소속 배한극 함안군수 후보가 지난 4일 군북면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오전 10시 조근제 자유한국당 후보가 먼저 유세차량에 오른다. 주변은 온통 빨간색 옷을 입은 한국당 선거운동원들로 메워진다.

    20분 후 조근제 후보의 유세가 끝나고 유세차량이 물러나자 이번에는 사거리가 온통 파란색으로 물든다. 김용철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차례다. 다시 20분이 흐르고 하얀색 옷을 입은 운동원들이 유세차량 주변을 둘러싸고 배한극 무소속 후보가 유세를 펼친다.

    신사협정이다. 매 장날 유세 때마다 순서를 정한다. 각 20분이다. 한 후보가 유세를 시작하면 다른 유세차량은 선거송도 틀지 않고 마이크 사용도 자제한다.

    이를 지켜보는 유권자들은 어떨까? 후보들의 유세를 경청하지만 특정 후보에게 강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이래서는 표심을 읽을 수 없다.

    역대 함안군수 선거는 자유한국당(혹은 새누리당 또는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후보와 한국당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 간의 대결이었다.

    제6회 지방선거에서는 새누리당 공천을 받은 차정섭 후보가 무소속 김용철 후보를 이겼다. 5회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조영규 후보가 무소속 하성식 후보에게 졌다. 4회 때에는 무소속 진석규 후보가 한나라당 조영규 후보를 이겼다. 그 이후 치러진 보궐선거에서는 무소속 조영규 후보가 한나라당 조현룡 후보와 무소속 진종삼 후보를 따돌리고 당선됐다.

    되짚어보면 한국당 후보가 반드시 이긴 것도 아니다. 다만 보수성향이 강한 지역임에는 분명하다. 지난해 대선에서 함안군 유권자들은 홍준표 후보에게 1만9809표(52.7%)를 줬다. 문재인 후보는 1만3597표(36.2%)를 받았다.

    5만6780명. 6·13지방선거의 함안군 선거인수다. 5만여명의 유권자들 중 몇이나 실제 투표에 나서고 또 누구를 선택할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 유권자 자신조차 결정을 내리지 못한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취재진이 만난 함안 유권자들은 군수 적임자를 선출하는 데 있어 인물보다는 당에 대한 지지성향이 강했다. 전통적인 보수성향 지역이라며 변함 없는 표심을 보였지만, 변화를 갈망하는 진보성향의 여당 바람도 불고 있는 모습이었다.

    군북면은 면 중에서는 가장 유권자가 많은 곳이고,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다. 군북장에서 유세를 지켜보고 있던 유모(65·여)씨는 “주변 어르신들 모두 전통적으로 자유한국당이다. 아무래도 더 친밀감이 있다”면서 “전직 군수들이 뇌물수수다 선거법 위반이다 뭐다 해서 계속 잡혀 들어갔는데, 조 후보가 군수가 되면 이제는 부정을 저지르지 말고 약자들, 지역민들을 위해 한 몸 희생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모(80·농업)씨는 “군북 늙은 사람들은 다 보수를 찍지”라며 “현 정권이 너무 독점하면 안 된다. 이거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했다.

    시장에서 좌판을 하는 임모(61·여)씨는 “인물은 다 거기서 거긴 것 같다”며 “아직 누구를 찍을지 못 정했다. 여기 할매들은 거의 다 한국당인데 요즘 젊은 애들은 민주당을 뽑아야 한다고 하고 아직 잘 모르겠다”고 했다.

    상점을 운영하는 남모(64·여)씨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뽑을 생각이다. 당을 지지한다”며 “지금 문재인 대통령도 잘하고 있지 않나. 함안은 옛날부터 보수만 뽑혀서 바뀌는 게 없었다. 60년을 살면서 지금까지 지역 내 집권당이 바뀐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이제는 바꿔봐야 하지 않겠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진보의 바람이 불고 있어 그래도 한번 기대해본다”고 했다. 최모(70·자영업)씨는 “집권여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인물을 뽑아야 함안이 더 잘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지역을 위한 국가 예산도 더 잘 받아올 수 있을 것”이라며 “서민들의 목소리를 살뜰히 챙길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 상인들은 장사 잘되게 해주는 것 그게 최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후보나 공약을 면밀히 알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목소리와 함께 누구를 뽑을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사람도 다수였다.

    군청 소재지인 가야읍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조모(45)씨는 “당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인물을 보고 뽑지”라며 “아직 후보들의 공약을 자세히 살펴보지 못해서 연설을 들어보고 결정할 생각이다. 군수는 도덕적인 것도 중요하고 일을 더 잘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젊은 층에서는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지방선거에 관심도 없거니와 누가 군수가 된들 지역 발전에 별반 달라질 게 있겠느냐는 반응이었다. 터미널에 있던 20대 여성은 “투표는 잘 모르겠다. 지방선거에 관심이 없다. 누가 나왔는지도 모른다”라고 했고, 가야읍 한 커피숍에서 만난 김모(20)씨는 “투표는 할 생각이 없다. 지지하는 성향의 정당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것도 아니라서 별로 관심이 없다”며 “누가 군수가 되더라도 함안이 발전하는 것은 비슷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가야읍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모(64)씨는 “관심도 없다. 믿었던 사람도 엉망되고 또 그렇게 되지 않겠나”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지난 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찍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명박, 박근혜 그리 되니 한국당도 물 건너갔다는 소리를 한다. 경남은 그래도 한국당”이라며 보수정당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표했다.

    또 다른 기사 이모(65)씨는 “이번에는 민주당이 안 되겠나. 한국당이 처음보다 세력이 많이 약해졌다 카더라”라며 “나이 많은 사람이야 조근제 찍지만 젊은 사람은 전부 김용철이거든”이라고 했다.

    한국당을 지지한다는 조모(61)씨는 “김정일 만나서 문재인 대통령 이미지가, 민주당 이미지가 엄청 좋아졌다”며 “홍준표는 말이 참…, 홍은 말을 너무 험하게 하니까 한국당 지지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칠원읍에서 만난 주모(42)씨는 “먹고사느라 바빠서 누가 후보인지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면서도 “회사가 어려운데 경제를 살릴 후보에게 찍을 것이다. 경제를 내세우는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칠원읍은 함안지역 읍면 중에서 가장 유권자가 많은 곳이고, 젊은 층이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아파트단지에서 만난 김모(38·여)씨는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사실 보수나 진보 이런 문제가 아니라 어느 한쪽이 오래 집권하면 썩기 마련이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보수 강세지역 함안이지만 변화의 바람은 분명 불고 있었다. 다만 그 바람이 얼마나 강하게 불지가 관건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실제 투표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 어떤 후보도 이길 수 없다.

    허충호·차상호·김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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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활성화 통한 인구 증대 중점 공약

    ■ 후보 3명 5대 공약 비교

    함안군수 후보들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복지시책 증대를 통해 인구를 증대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하는 한편 도시기반시설 정비를 주요 정책으로 제시했다.

    ◆도시 인프라 확충= 더불어민주당 김용철 후보는 칠원지역 신도시 건설, 가야읍~칠원읍 도시뉴딜사업 추진, 종합병원과 응급의료센터 유치, 도시가스 공급 확대, 악취방지시설 확충을 공약했다. 또 △함주교 확장 등 관문 정비 △복합비즈니스센터 건립 △함안~창원 버스 연장 운행 및 환승시스템 구축 등을 약속했다.

    자유한국당 조근제 후보는 자이·벽산아파트 주민들의 불편 해소를 위해 행정복합타운을 건립하고, 서민 아파트를 지어 인구유입을 유도하는 한편 칠원 다목적 실내 체육관 건립, 천주산터널 중장기 계획 수립 등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도시가스 전 읍면 보급 확대, 주민부담 대폭 절감을 약속했다.

    무소속 배한극 후보는 복합쇼핑테마파크를 유치하고, 대형종합병원을 유치하는 한편 사통팔달 물류유통단지 건설, 권역별 균형 발전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산업 육성= 김용철 후보는 첨단농업단지 조성, 사회적 기업 지원 확대, 청년창업 제도적 지원 강화, 중소기업근로자 근무환경 개선,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 확대와 함께 미곡종합처리장 공동법인 설립, 권역별 농산물 가공처리센터 및 저장창고 건립 등을 약속했다.

    조근제 후보는 한국폴리텍대학 함안캠퍼스를 유치해 인력을 양성하고, 일자리 중심기업 투자를 유치하고, 기업애로사항을 적극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농업부문에 공공비축미 매입가 6만원선 보장, 시설하우스 재배농가 지원 확대, 지역특화 농산물 개발 등을 공약했다.

    배한극 후보는 첨단 산업도시로 도약시키기 위해 비활성화된 공장을 재활용하는 한편 벤처기업 100개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농축산업 발전을 위해 △첨단 분뇨정화시설 돈사 건축 △경남 최대 도축시설 및 판매시설 건립을 약속했다.

    한편, 후보들이 제시한 5대 공약과 목표, 이행방법, 이행기간, 재원조달방안 등 상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http://nec.go.kr)에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주요선거정보’ 중 ‘후보자 5대 공약’에 들어가면 확인할 수 있다.

    차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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