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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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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소음 측정하랬더니 개 짖는 소리가…

‘잡음’ 많은 김해공항 소음 측정, ‘엉터리 측정’ 근거 찾았다

  • 기사입력 : 2018-06-06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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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보= 한국환경공단이 김해공항 인근에 운용하는 초선대 측정소에 항공기 소음보다 큰 배경 소음인 개 짖는 소리가 지속적으로 녹음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배경 소음은 항공기소음도인 웨클값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공단은 수년간 아무런 조치 없이 측정값을 확정해 공표하고 있어 측정값의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5월 14일 1면 ▲김해 어방동 “소음대책지역 지정해야”)

    본지가 한국환경공단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제출받은 초선대 측정소의 2017년 2월·4월 항공기 MP3 파일 5000여개를 분석한 결과, 측정 파일의 상당수에서 인근 주택의 개 짖는 소리가 항공기 소음과 함께 녹음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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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 오후 1시 30분께 김해시 어방동에 설치된 초선대 측정소 앞에서 소음을 측정하고 있다. /경남신문 DB/

    지난해 2월과 4월은 초선대 측정소의 일평균 최고 소음도가 최대 10㏈ 이상 차이 나고, 항공기 소음 감지 횟수도 3~202회로 들쭉날쭉하는 등 측정값의 편차가 크게 벌어지는 기간이다. 초선대 측정소는 김해시 어방동 수영마을에 설치돼 있고, 측정소와 불과 1m 옆에는 세 마리의 개를 사육하는 주택이 있다.

    지난해 2월 6일 녹음된 MP3 파일을 살펴보면 이날 측정소에서는 항공기 소음으로 모두 14개의 파일이 저장됐다. 초선대 측정소에서는 70㏈ 이상의 소음이 10초 이상 지속될 때 MP3 파일로 저장되는데, 이 중 11개의 파일에서 항공기가 지나가는 소리와 함께 개 짖는 소리가 함께 섞여 녹음됐고 여러 마리의 개가 요란하게 짖는 탓에 항공기 소음과 명확한 구분이 어려웠다. 더욱이 항공기 소음보다 개 짖는 소리가 오히려 더 컸다. 한국환경공단은 14개 파일 중 11개 파일에서 개 짖는 소리가 크게 녹음됐지만, 11개의 파일을 항공기 소음으로 확정한 후 이를 웨클 단위로 변환해 국가소음정보시스템에 공표했다.

    초선대 측정소에 기록된 MP3 파일은 한국환경공단이 분기별로 분석한 후 측정값을 확정해 공표한다. 측정소에서 측정된 데시벨(㏈) 단위의 최고소음도와 소음감지 횟수를 소음·진동 공정시험법에서 정한 공식으로 산출하면 항공기소음도인 웨클(WECPNL)이 나온다. 항공기 소음과 개 짖는 소리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을 경우 최고 소음도가 높아져 항공기소음도인 웨클 값이 크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

    측정소 바로 옆 주택에서는 지난 2016년 8월께부터 개를 키우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개 짖는 소리가 유입된 것은 2016년부터 지속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환경공단은 초선대 측정소에 대해 매달 정기점검을 실시하지만, 배경 소음이 크게 발생하는 것을 알면서도 측정값을 확정해 공표하는 등 형식적인 점검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소음 전문가는 개 짖는 소리 등 배경소음이 지속적으로 유입될 경우 항공기소음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측정소 이전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전하지 않을 경우 주변 소음원을 정밀히 분석해 트리거 레벨을 조정하는 등 측정값을 보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환경공단의 소음·진동측정망 통합운영지침에도 배경 소음과 지형지물의 영향이 적은 지점을 측정소로 선정하게 돼 있고, 측정소 위치가 소음 측정에 영향을 주는 등 부적정하다고 판단되면 이전을 검토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기 소음 전문가는 “개 짓는 소리 등 소음 측정소 주변의 배경 소음이 증가하게 되면 최고 소음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정기 점검을 통해 트리거 레벨 조정 등을 해야 한다”며 “배경소음이 큰 것을 모두 측정값에서 제외하면 값의 대표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는 측정소를 이전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본지 취재 결과, 한국환경공단의 초선대 측정소와 한국공항공사의 불암동 측정소가 불과 850여m밖에 떨어지지 않았지만 월별 항공기소음도가 5웨클 이상 차이가 있는 데다 초선대 측정소에서 소음대책지역으로 분류되는 기준인 75웨클 이상의 값이 측정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해시는 한국환경공단 초선대 측정소에서 75웨클 이상 측정된 항공기 소음도를 근거로 현재 소음 인근지역으로 지정된 김해시 어방동 인근을 소음 대책지역으로 지정 검토해 달라고 국토교통부에 요청해 놓았다.

    박기원 기자 pkw@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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