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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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인] 이훈호 경남연극협회장

“적극적인 소통과 협의로 협회 문제 해결하겠다”
미투 악재 속 경남연극제 치러낸 이훈호 경남연극협회장

  • 기사입력 : 2018-06-06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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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초 연극계는 미투 운동으로 홍역을 치렀다. 창원지검 서지현 검사가 쏘아올린 공은 밀양연극촌 이윤택 연출가에게 닿는 순간 폭탄이 돼 터졌다. 연극계 거물에 대한 성추문 폭로가 잇따른 가운데 김해 극단 번작이 조증윤 대표가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며 경남 연극계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경남연극협회는 발빠르게 사태를 수습해나갔다. 성명서를 발표해 조 대표를 영구 제명했고 협회원을 대상으로 성폭력 피해 전수조사를 시행했으며 기자회견을 열어 도민들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협회는 악재 속에서도 지난 4월 경남연극제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며 도민들과의 신뢰 회복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지난해 취임해 누구보다 바쁘고 힘든 시간을 보낸 이훈호(53) 경남연극협회장을 만나 그간의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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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훈호 경남연극협회장이 사천문화예술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 김해 극단 번작이 대표가 미투 가해자라는 폭로가 터져 경남 연극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이 사건을 처음 접했을때 심경이 어땠나.

    ▲ 솔직히 처음에 이윤택 연출가의 사건이 있었을 때는 경남연극계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진 않았다. 밀양연극촌이 경남에 있었지만 이윤택 연출가와 연희단거리패는 전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단체였고 교류도 간헐적이었다. 다만 사건이 터지고 경남연극협회 차원에서 입장을 밝혀야겠다는 논의는 있었는데 그런 논의를 하던 중 번작이 대표 사건을 들었다. 너무 참담했다. 전혀 생각지 못했고 우리와 가까운 곳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게 정말 뭐라 말할 수 없는 심정이었다.

    - 사건 직후 협회 차원에서 어떤 논의들이 이뤄졌나. 성명서 발표에서 기자회견까지 일련의 과정을 설명해달라.

    ▲ 우리도 그랬고 도민들에게도 도저히 용납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우선 당사자에게 연락해 사실 관계를 확인했고 본인이 일부 인정을 했다. 조 대표가 협회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협회 임원들의 단톡방(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는 사실 관계와 상관없이 협회 명예를 실추시킨 죄가 크기 때문에 영구제명을 해야 한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바로 긴급 이사회를 개최해 영구제명 의결했고 성명서 발표와 기자회견까지 결정했다. 모든 일련의 과정이 상당이 급박하게 진행됐다. 그만큼 상황이 너무 심각했다.

    - 대처가 비교적 빠르게 이뤄졌다. 협회가 유기적으로 움직인 것 같다.

    ▲ 소통과 협의가 사태를 빠르게 수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이 아니었나 싶다. 지난해 협회장직을 맡으면서 맨 먼저 생각했던 게 소통과 신뢰 강화였다. 기존에는 협회 밴드가 있었는데 활동이 뜸했다. 좀 더 빠르게,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도록 단톡방을 만들었다. 협회 운영위원이 모인 방과 그간 협회장과 관계자들이 모인 임원방이 따로 있다. 단톡방이 생기니 서로 대화를 많이 나누게 됐다. 이번 사건 때도 단톡방에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수습도 제가 주도적으로 한 게 아니라 너나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냈고 그걸 제가 취합한 것이다. 실시간으로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의사결정은 단톡방서 많이 이뤄진다. 오프라인에서 회의를 할 때도 단톡방에서 논의된 내용이기 때문에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단톡방에 올라왔던 내용은 회의록으로 따로 만들어 보관하고 있다.

    - 이번 사건을 거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이 있다면.

    ▲경남연극협회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많이 고민했다. 사건이 터지고 보니 협회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협회라는 큰 틀에 소속돼 있지만 각 지부가 자기 일을 꾸려가기 바빠서 다른 지부와 소통이 잘 안 되는 경우도 많고 전체적인 문제를 보지 못했던 것 같다. 결심한 것이 공동체를 회복해보자는 거였다. 기자회견 자리가 단순히 상황을 모면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대가 변했고 인식이 바뀌어야 할 시점이다. 이 문제를 확실히 정리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후배들에게 좀 더 나은 환경을 물려주는 것이다. 일을 수습해 나가면서 문제가 있어도 다 같이 토론하고 논의하면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우리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논리적으로 바라보고 해결책을 찾는 훈련이 많이 부족했는데 점차 좋아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

    - 대형 악재가 터진 상황에서도 올해 경남연극제가 작품의 7할 이상이 매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어떤 점이 주효했나.

    ▲우선 실무를 맡은 진주지부가 열심히 뛰며 잘해줬다. 가장 주효했던 점은 축제성을 강화한 것이라고 본다. 경남연극제가 대한민국연극제 진출을 위한 경연자리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도민, 시민들과 공감대가 적다. 극장 밖에서도 다양한 부대행사나 공연을 마련해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밴드나 다양한 분야의 공연 인력이 많으니 협력할 수 있다. 이번 연극제가 그런 발판을 잘 닦아준 것 같다. 내년에는 경남연극제가 사천에서 열린다. 제가 속한 지부라 고민이 많은데 역시 올해처럼 축제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문예회관 외에 시장, 공원 등 사천 지역 곳곳에서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를 만들어 극장에 오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축제가 열리는 구나’하는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 협회장으로서 임기 동안 꼭 추진하고 싶은 일이나 목표가 있다면.

    ▲우선 협회 내 성폭력 예방 기구를 만들고 있다. 전문가 인력, 협회 내 인력으로 구성된 고통처리심의위원회(가칭)가 곧 생길 예정이다. 전문가 단체와 협약을 맺어 유사한 사건이 있을 경우 협회에서 다루는 게 아니라 바로 이곳에서 처리하게 할 생각이다. 경남연극협회 홈페이지도 올해 중 개설될 예정이다. 그간 협회의 활동 내역과 경남연극제 역사를 한 곳에 모으는 작업이다. 지역에 젊은 배우들을 유입하고 양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도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작업이다. 최근 문화예술위원회와의 간담회서 전국에서 활동하는 배우들 리스트를 만들어 전국 각 협회에서 공유할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했다. 서울에는 배우 공급 과잉인데 지역은 기근이다. 리스트를 만들면 필요한 곳에 인력이 배치될 수 있고 지역에 와서 작업을 하다가 뿌리를 내리는 경우도 있을 거라고 본다. 인재들이 지역에 정착하게끔 만드는 방안은 아직 숙제다.

    - 경남연극협회장이자 극단 장자번덕 연출가이기도 하다. 연출가 이훈호로서의 계획은 어떤 것이 있는가.

    ▲올해 하반기에는 사천의 매향비와 게임을 엮은 신작을 발표할 예정이다. 우리 전통을 기반으로 하되 현 시대에 맞는 작품을 하자는 것이 처음 연출가로서의 목표였다. 돌아보면 처음 마음먹었던 것만큼 잘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공부를 좀 더해서 욕심껏 내가 원하는 색의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

    김세정 기자



    ☞ 이훈호 경남연극협회장은?

    1965년 사천 출신으로 진주 남중, 진주 대아고를 거쳐 경상대 농생물학과를 졸업했다. 경상대 재학시절 경상극예술연구회 활동으로 연극에 입문했으며 1991년 진주 극단 현장에 입단해 본격적으로 연극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98년 사천으로 돌아와 극단 장자번덕을 창단, 현재까지 20년째 대표 겸 연출가로 극단을 이끌고 있다. ‘바리-서천 꽃그늘 아래’, ‘태’, ‘호접몽’, ‘와룡산의 작은 뱀’ 등 현재까지 20여편의 작품을 연출했다. ‘태’로 2005년 경남연극제 대상, ‘바리, 서천 꽃 그늘 아래’로 2011년 경남연극제 대상, 전국연극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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