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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자문단 기고] 과잉선거와 생활정치- 안차수(경남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8-06-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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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3 지방선거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선거가 민주주의 꽃이라지만 후보자와 유권자에겐 참으로 요란스러운 불꽃이 아닐 수 없다. 선거문화를 바꾸어 차분한 선거를 해야 한다는 주문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운동장 세몰이의 합동유세 풍경은 사라졌지만 현재의 선거운동은 시대와 유권자의 눈높이에 턱없이 모자란다. 국민의 손에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지만 선거운동은 변함이 없다. 버려지는 명함, 거리를 점령한 현수막, 고출력 소음유세차는 선거의 격을 떠나 효과도 의문이다.

    운동원들이 무리를 지어 인사하고 춤추며 심지어 길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쇄도하는 전화와 문자는 어떤가? 좋게 보자면 열정이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흥분이다.

    현명한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 모든 것들은 과잉이고 낭비다.

    현 선거운동을 어쩔 수 없이 용인하지만 내심 정당이 유권자들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당은 평소 유권자에게 정책으로 다가가야 하며 선거에서 정책의 차이점을 제시해야 한다. 작은 명함에 넣을 수 있는 정책, 몇 자 못 들어가는 현수막에 제시할 수 있는 공약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차이가 없는 정책, 당연한 입장, 모호한 주장은 선택지가 아니라 공수표다.

    절박한 후보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 모든 것들은 필수요 생존이다.

    도무지 선거에 관심 없는 유권자들에게 할 수 있는 것이란 별로 없다. 정책은커녕 이름 석 자를 알려 하지 않는 유권자가 부지기수다.

    정책의 차이는커녕 정책의 의미를 파악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다. 정치를 외면하는 바쁘고 냉담한 유권자들을 상대로 춤이라도 추지 않으면 어쩐단 말인가?

    선거운동을 바라보는 유권자와 후보자의 입장 차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들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정당이 정책을 개발하고 유권자들과 소통하는 과정이 눈에 띄기도 하고, 적극적인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입장을 들어보는 기회는 늘어나고 있다.

    정책과 소통을 강화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선거와 정치과정에 대한 기대와 신뢰는 아직 낮다. 지역민들이 느끼는 정치와 선거에 대한 효능, 즉 선거나 정치 참여를 통해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신념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많은 춤과 율동, 그리고 사죄나 감사의 절을 반복했지만 여전히 민주주의의 과실은 맛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생활정치를 통해 선거로 접근하는 방식이다. 평소에는 아무런 변화 노력을 하지 않다가 선거철만 되면 온몸을 혹사시키는 방식은 선거 과잉을 낳는다.

    평소 정책을 통해 유권자들과 대화하고 실천하는 사회는 갑자기 춤추거나 절을 하며 표를 구걸하지 않는다. 후보자는 표를 얻기 위해 비굴해서도 안 되고 유권자는 그런 허례를 허용해선 안 된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면 당연히 그 과실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생활정치는 평소 나무를 정성스레 가꾸는 우리 모두의 실천이다. 선거철에 등장하는 과잉행위는 평소 나무를 고사시키다 갑자기 꽃을 피우려는 기괴함이다. 생활정치의 적이자 낙선 1순위다.

    안차수 (경남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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