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1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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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배운 한 풀고 세상과 소통 배운다

중장년층 평생교육시설 ‘창원향토학교’
초중고 과정 지도해 진학·사회진출 도와

  • 기사입력 : 2018-06-12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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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움이 없어서 나이가 들어도 친구나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 대인관계에서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았죠. 그들이 나누는 대화에 끼어들지 못하니까. 사회에서 좀 동떨어진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열악한 가정환경, 개인적인 사정 등 여러 이유로 교육의 기회를 놓친 이들이 많다.

    제때 받지 못한 배움은 이들에게 ‘학력 콤플렉스’로 남아 가슴속 깊은 한(恨)이 된다. 무엇보다 배우지 못함에 따른 ‘알지 못함’은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쌓는 일도 어렵게 한다. 대화의 연결고리가 박약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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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오전 창원종합운동장 내 창원향토학교에서 정태준 교장이 영어 수업을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12일 오전 10시께 창원시 의창구 두대동 창원종합운동장에 위치한 창원향토학교에는 뒤늦게나마 배움의 기회를 얻기 위해 찾아온 이들로 북적였다. 대부분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다. 오랜만에 책걸상에 앉아 칠판을 바라보는 그들의 얼굴에 있는 두꺼운 안경과 연필과 지우개를 쥔 주름진 손에서 세월의 흔적을 가늠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책에 빽빽하게 적힌 삐뚤삐뚤한 글씨에서 연륜을 뛰어넘는 배움에 대한 그들의 열의를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이 뒤늦게 배움의 길로 들어선 이유는 단순하다. 배우지 못한 것에 대한 한도 풀고 싶거니와 몰라서 단절된 세상에 더 다가가고 싶어서였다.

    현재 수강생은 36명이고 최고령자는 74세다.

    창원향토학교 수강생 하영종(가명·72)씨는 “알파배트(알파벳)를 몰랐다. 건물에 영어로 된 간판을 달아놓은 것을 보면 저게 뭐하는 곳인지 알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저기가 커피집이구나 음식점이구나라는 걸 알게 되니까, 보람이 있더라”면서 “얼마 전에는 초등학교 4학년 손자가 수학 방정식 문제를 가져와서 ‘할아버지 이거 풀 줄 알아요’라고 물어보더라고, 그래서 내가 그걸 푸니까 손자가 ‘우리 할아버지 최고다’라고 했다. 그걸 못 풀었으면 얼마나 부끄러웠을까”라고 회상했다.

    이어 “배움이 있기 전까지는 좀 동떨어진 느낌이었다. 내가 모르니까 대화가 안 돼서 친구나 가족들한테나 여러 사람들한테 가까이 가기도 싫었다. 주눅 드는 모습에 자존심도 굉장히 상하고…”라며 “이제서야 다시 사회로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이설아(가명·65)씨는 “모르니까 이상하게 사람들을 만나면 움츠러들었다. 초등학교 동창회를 가도 중학교까지 나온 애들, 고등학교까지 나온 애들 간에 거리가 있었다”며 “가족들끼리 TV를 보는데 손자가 저거 책에서 본 건데 하면, 다른 가족들은 아는데 나만 몰라서 너무 갑갑했다”고 당시의 속상함을 토로했다.

    이씨는 “나이 들어서 국어, 영어, 수학 등 배우러 오는 게 부끄러워서 여기 오기까지 1년 동안 고민했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너무 좋다. 자신감도 생겨서 누구를 만나도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986년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정우상가에서 시작한 창원향토학교는 1999년 창원종합운동장으로 이전한 이후 이듬해 11월 경남도교육청으로부터 평생교육시설로 인가를 받았다. 살면서 배움의 기회를 놓친 이들에게 초·중·고 교과과정을 지도해 국가검정고시를 거쳐 대학 진학이나 사회 진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정태준 창원향토학교 교장은 “함께 사는 세상에서 이분들만 동떨어질 수는 없다. 그래서 수업 중에 요즘 트렌드가 무엇인지 등 사회 이야기도 많이 한다”며 “배움을 통해 수강생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줌으로써 이분들이 당당하게 사회에 섞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안대훈 기자 ad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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