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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의 양보와 화해- 김학규(전 마산삼진중 교장)

  • 기사입력 : 2018-06-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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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봄이면 느끼는 것이지만 작년에 본 어린 나무들이 엄청 컸는데 거기에 다시 새싹이 돋아나는 모습이 신기하게도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다.

    나무는 크는 게 눈에 보이지 않고 소리도 나지 않는다. 소리치고 요란한 게 그다지 좋은 게 아닌 모양이다.

    국가의 운명을 걸린 ‘남북문제’ 같은 것은 그 과정 자체가 차분하고 엄숙해야 되는 것이다. 부끄러운 역사와 현실을 하나하나 고쳐가는 민족은 자신을 정화하고 자신감을 갖고 그들의 터전을 다져나갈 수 있다.


    우리는 다시는 치욕스런 역사와 현장을 되풀이하지 말고 떳떳하고 담당하게 살아가야 한다. 쓰러지지 않은 걸 자랑하기보다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게 더 자랑스러울지 모른다.

    우리는 오랫동안 가난하게 살았지만 치사하게 살지 않았다. 가난을 벗어 던지려고 안간힘 써 왔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자 사회문제는 더 커지고 갈등은 더 심해지는 것 같다. 우리 한번 멈추어 서서 되돌아보자. 우리 어머니들은 자신이 굶고 아들 손자들까지도 굶기고 살면서도 알뜰살뜰 아끼고 아끼는 살림살이를 해 왔다.

    우리는 지금 너무 많이 갖고서도 더 가지려고 진을 다 빼며 사는 것 같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과연 그렇게 많은 게 필요하지 않다.

    밤하늘에 뜬 저 달이 차면 기울 듯이 우리 한번 조금씩 줄여가면서 편하게 살아보자. 가진 삶과 함께 없이 사는 법도 배워보자. 가지고 사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없이도 살 수 있는 그런 삶도 함께 살아보자.

    모두가 살 뺀다고 야단인데 군살과 함께 지나친 욕심도 함께 빼 보자. 살 빼면 몸 가벼워지듯 욕심 빼면 마음 가벼워지고 홀가분해진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짐이 욕심이다. 욕심 빼고 나면 있던 경쟁자나 이웃이 친구로 변한다.

    천금 주고 살 수 없는 게 친구라 했다. 돈으로 사귀는 건 돈 떨어지면 끝나지만 마음으로 사귀면 서로의 마음이 부자가 된다.

    우리 한번 마음의 부자가 되어 신나게 살아보자. 마음이야 푹푹 막 써도 쓰면 쓸수록 솟아나는 법이다.

    5월의 산에는 온갖 나무들이 잘도 어울려 자라고 있다. 나무의 종류와 크기와 잎새들의 생김새와 초록의 색도는 엄청 달라도, 산자락은 온통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변하고 있다.

    이 나무들의 세계에도 제 생존과 번영에 유리한 조건을 쟁취하려는 다툼이 분명 치열할 게다. 그럼에도 큰 나무는 작은 나무에게 비바람을 막아주고 작은 나무들은 큰 나무의 보호를 받으며, 비켜 비치는 햇빛을 쬐느라 안간힘을 쓰는 듯, 큰 나무들의 무릎 종아리쯤에서도, 여건에 적응하며 최대한으로 제 모습을 가꾸며 잘들 자라고 있다.

    가지들은 서로 엉키면서도 어긋나는 자리로 서로 비켜주고 비켜 받으면 사이좋게 자라고 있다.

    왠지 사람들보다 덜 싸우고 제 몸과 가지들을 구부리고 휘어가며 자라는 모습이 서로가 조금씩 비켜 주고 비켜 받는 양보와 화해의 모습 같아 우리사회의 모습이 나무들 앞에서 부끄러워진다.

    김학규 (전 마산삼진중 교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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