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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지나치다- 이학수(뉴미디어부장)

  • 기사입력 : 2018-06-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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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됩니다. 빼세요” “왜 안 된다 말이고. 도민일보도 다 싣잖아. 조합원에게 도움도 될 거고….” “그래서 안 된다는 겁니다. 출입처에 부담 줍니다.”

    거의 10년쯤 됐지 싶다. 필자가 경남신문 노조위원장을 할 때다. 신문 제작이 한창인 시각, 발행인인 대표이사실에서 기자사원의 부친상 신문 광고 게재를 놓고 실랑이를 벌였다. 회사는 60대 초반의 아버지를 잃고 실의에 빠진 30대 초반의 기자를 위로해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때까지 안 하던 직원 가족의 부음을 광고면에 싣겠다는 것이다. 그 광고는 결국 필자의 요구대로 지면에서 빠졌다.

    평범한 신문사 직원 가족의 부음이 사회 저명인사처럼 기사란에 실리던 때가 있었다. 세로쓰기를 할 때니까 더 오래된 이야기다. 일종의 특권이었다. 이후 자연스럽게 어느 신문 할 것 없이 신문사 직원들의 부음도 일반인과 같이 부음란으로 넘어갔다. 그랬는데, 뜬금없이 회사에서 이를 들고 나온 것은 직원의 부음광고를 싣고 있는 경남도민일보를 벤치마킹(?)한 것이었다. 놔두면 전례가 되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막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이후 지금까지 경남신문은 직원들의 부음광고를 따로 내지 않는다.

    지지난해 진주 쪽에서 발행한다는 무슨 신문인가는 사주의 아들 화촉을 1면에 ‘알림’으로 내 빈축을 산 적이 있었다. 언론윤리를 저버린 몰상식의 극치다. 신문사 직원의 부음광고도 오십보 백보다. 당사자가 광고비 내고 하는 것도 안 되냐고 반문하겠지만, 언론윤리상 맞지 않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기자협회윤리강령 3항은 ‘취재보도 과정에서 기자 신분을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하지 않으며, 취재원으로부터 제공되는 사적인 특혜나 편의를 거절한다’고 되어 있다.



    6·13 지방선거가 끝났다. 지방선거는 지역언론의 큰 취재거리이다. 또 한편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신문사에게 약간의 광고수익도 기대해 볼 수 있는 특수임에 틀림없다. 이번 선거에도 대부분의 지역언론들이 지면이나 인터넷 홈페이지에 출마후보들의 광고를 실었다. 선거기간 개시일인 지난 5월 31일. 강원일보, 강원도민일보 등 일부 지역신문들의 홈페이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후보자 배너 광고를 홈페이지 첫 화면 주요 기사 자리에 버젓이 배치했다. 경남도민일보는 아예 기사가 안 보일 정도였다. 후보자 벽보사진 20여 장을 그대로 올리면서 기사는 밑으로 밀려나 보일락 말락했다. 광고로부터 자유로운 언론사가 어디 있겠나. 다음 선거 때 이를 전례로 도미노처럼 무너지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우리나라 신문 주요 지면의 하단 4, 5단을 광고면으로 한정한 것은 독자들과의 오랜 약속이다. 언론기업 유지를 위해 부득불 여기까지 타협을 본 것이다. 그래서 삼성재벌에 맞서 큰 광고 손실을 입으면서도 펜을 꼿꼿이 세운 한겨레의 기자정신을 우리는 높이 평가한다. 일부 후원회원이지만, ‘광고 없는 지면’을 서비스하는 오마이뉴스의 시도 또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경영상 어려움을 인내하면서 언론정신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지상파 방송의 ‘꼼수 중간광고’를 비난하는 것은 공공재인 방송을 사익 추구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언론사 홈페이지에서도 정도가 지켜져야 한다. 이 글은 다른 의도가 없다. 반면교사. 남의 허물로 우리를 경계하고자 함이다.

    이학수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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