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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자본주의의 정신- 이경민(진해희망의집 원장)

  • 기사입력 : 2018-06-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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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80세대의 팝뮤직 중 미국의 가수 스프링스턴(Springsteen)이 부른 ‘언덕 위의 저택(Mansion on the Hill)’이라는 노래가 있다. 노래 가사가 언덕 위에 화려한 저택을 바라보며 그곳의 부유한 생활을 어린 시절 흠모했던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이다. 아마도 저택을 바라보면서 나도 저렇게 좋은 곳에서 부자로서 살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이 노랫말에서 서구인들이 바라보는 부자에 대한 생각이 우리와 다름을 느낀다.

    우리의 정서에는 다분히 가진 자들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떨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모두 경제적 풍요에 대한 바람은 크지만, 실제 그 풍요를 가진 자들에 대한 마음은 부정적이다. 마치 애증(愛憎)의 관계이다. 서구인들은 왜 가진 자들을 긍정적인 모습으로 바라보는가.

    오늘날 경제적 부는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서구의 자본주의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를 묻는다. 이를 위해서는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 대한 내용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M. 베버가 말하는 ‘자본주의 정신’은 자본가의 어떤 영리 활동으로 얻는 개인적 이윤 추구의 행위가 아니라 근면과 노동, 소질, 정직, 신용 등과 같은 인간의 덕목에서 비롯된 ‘정신’ 또는 ‘윤리’를 말한다. 즉 자본에 대한 정신적 태도를 의미한다. 그러한 정신적 관점이 근대의 서구 자본주의를 형성하는 데 크게 영향을 끼쳤고, 그것이 바로 종교개혁 이후 16~17세기 기독교 개신교(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의식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인간은 오래전부터 자본을 축적하여 부를 형성해 왔다. 그러나 근대의 유럽에서 형성된 자본주의는 다르다. 그것이 오늘날 서구사회의 자본에 대한 이해의 근간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의식은 직업의 소명의식, 즉 신으로부터 부름 받음(Calling)이다. 나의 직업과 노동은 신으로부터 받은 철저한 소명이기 때문에 자본의 형성과 관련된 모든 행위들은 경건하다.

    따라서 자본 형성을 위해 정당한 방법과 기술을 개발하고 성장시키는 것은 신의 요구가 된다. 특히 개신교 중에 칼뱅주의에서 비롯된 금욕주의가 철저히 자본의 사용을 규제했다. 사치와 향락을 위한 사용은 용납될 수 없다. 신앙적 금욕주의 규율들은 경제활동으로부터 생산된 자본들을 신의 의도에 따라 선의 목적으로 재투자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러한 종교의 윤리의식들이 자본을 축적하게 만든 정신적 배경이었다.

    그러나 18세기 계몽적 합리주의 시대에 와서 자본주의 정신은 종교적 윤리의식에서 사회의 보편적 윤리의식으로 대치된다. 종교적 배경은 사라지고, 윤리만 남게 되어 일반적인 덕목과 같은 근검절약, 성실성, 합리성, 정의 등이 자본주의의 정신이 된다.

    서구의 자본주의는 역사상 독특하게 윤리적 바탕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M. 베버의 설명이다. 이러한 자본주의의 정신이 오늘날 영국, 미국 등 유럽의 자본주의의 뿌리가 되었고, 그것이 자본 축적에 대한 긍정적 마인드와 자본가가 사회적 존경의 모델이 될 수 있는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6·25전쟁 이후 급격한 산업화의 과정을 통해, 70여년 만에 세계가 놀랄 만한 경제규모 11위의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만들었다. 기적이라고 한다. 이러한 규모의 글로벌한 세계경제 체제 속에서 우리도 대한민국의 자본가들이 사회적 존경의 모델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베버의 말대로 자본주의의 정신이 요청된다. 다들 지금의 경제적 현실이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이럴수록 기본을 챙겨야 할 때라고 믿는다. 우리는 자본가가 존경받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이경민(진해희망의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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