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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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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간 암과 지방간

  • 기사입력 : 2018-06-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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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수 (창원경상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얼마 전 63세의 한 남자가 간수치가 약간 높다며 소화기 내과 외래를 방문했다. 그는 당뇨가 있었지만 정상 체형에 호감 가는 인상이었으며 전혀 아파 보이지 않았다. 간수치가 높다고 반드시 초음파 검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뇨가 있었기에 초음파 검사를 했다. 술을 전혀 마시지 않고 B형·C형간염이 없어 지방간 정도는 예상했으나 뜻밖에도 말기 간암으로 결과가 나왔다. 진행성 간암이었으므로 진단 후 정확히 7개월 만에 환자는 사망했다.

    2012년 임상강사 시절 때 우리나라 서울지역의 간암의 원인에 대해 논문을 써 발표한 적이 있다. 새롭게 간암을 진단받은 512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간암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B형간염이 약 67%, C형간염이 약 15%, 알코올이 약 11%를 차지하고 있었고 나머지 7% 정도는 원인 미상이었다. 이러한 원인 미상의 간암은 대부분 비알코올성지방간이 진짜 원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간암의 원인 대부분은 B형간염, C형간염, 알코올이고 약 7% 정도가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라는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이며, 이 논문은 지금까지 네이처리뷰저널 등 수많은 논문에 인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간암은 B형간염이나 C형간염 환자, 혹은 술을 많이 마시는 분에게 잘 생기는 병이라 알려져 있었고 실제로 우리나라 연구 결과들도 90% 이상의 간암의 원인이 이러한 환자에게서 발생했다. 그러나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당뇨와 지방간의 인구가 많아지고 있고, 이로 인해 지방간으로 인한 간암의 발생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간암 때문에 간이식을 시행한 환자의 원인 중 2번째로 흔한 원인이 지방간이다.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창원경상대병원을 방문한 간암 신환자 100명을 분석해 보니 흥미로운 사실이 보였다. B형간염이 45%, C형간염이 8%로 10년 전 서울에서의 조사보다 줄어든 반면 알코올이 22%, 원인 미상, 즉 지방간으로 추측되는 원인이 25%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B형간염과 C형간염에 의한 간암은 예방접종 사업과 효과적인 항바이러스 약제의 출현으로 점점 감소하고 있는 반면 식생활의 서구화로 상대적으로 지방간으로 인한 간암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 성인의 약 3분의 1이 지방간을 가지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인슐린 저항성이 지방간에서 발생하는 간암의 주요 기전으로 지목되고 있으므로, 당뇨가 있는 환자에서 반드시 체중 감량과 효과적인 당조절, 간암에 대한 효과적인 감시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간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될 수 있으나 대부분 진행할 때까지 증상이 없으므로 정기적인 검진이 필수다. B형간염, C형간염, 알코올과 같은 위험인자가 없다면 국가 간암 검진을 받기 어려우므로 지방간이나 당뇨가 있는 분은 스스로 건강검진을 통하여 간 상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상수 (창원경상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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