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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제주도의 예멘 난민- 서영훈(사회부장·부국장)

  • 기사입력 : 2018-06-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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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방 직후 대학 철학과에 다니던 이명준, 최인훈의 소설 ‘광장’ 속 주인공인 그는 남한사회의 부조리에 환멸을 느끼고 월북한다. 그러나 북쪽 역시 허위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절망에 빠진다. 6·25전쟁이 터지자 인민군 장교로 참전했던 그는 포로가 됐고, 남과 북 그 어디에서도 자신의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던 그는 포로 석방 과정에서 중립국을 택했지만, 인도로 가는 배 위에서 바다로 뛰어내려 생을 마감한다.

    ▼국제연합이 1951년 채택하고 3년 뒤인 1954년 발효된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은 인종이나 종교, 또는 정치적 견해의 차이 등으로 인해 박해를 받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위험 때문에 그 국가에 돌아갈 수 없는 자나 돌아가기를 희망하지 않는 자 등을 난민이라 규정하고 있다. 난민 고등판무관 사무소는 내전이나 외국군에 의한 점령, 기아 등의 이유로 발생하는 대량의 피란민도 난민으로 구원하고 보호할 것을 각국에 요청하고 있다.

    ▼한반도에서도 난민은 있었다. 이명준도 그러하지만, 19세기 들어 기아와 빈곤 때문에 간도와 연해주 등지로 대규모로 이주했던 조선인들이 특히 그렇다. 조선인 이주는 청과 러시아가 개간 장려사업을 펴면서 가속화됐다. 1910년 한일 강제 합병 이후에도 이러한 행렬은 끊이지 않았는데, 여기에는 정치적인 이유로 이들 지역으로 넘어간 사람들도 포함돼 있다. 간도가 한국 독립운동사에서 중요한 지위를 갖고 있는 것도 이러한 대규모 이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근 한국사회는 제주도에 와 있는 예멘 난민 문제로 시끌시끌하다. 3년 전 정부군과 반군 간의 내전이 시작되면서 발생한 예멘 난민은 전 세계에 28만여명이며, 예멘 국내의 피란인은 2000만명에 이르고 있다. 이들 중 극소수인 500여명이 전쟁의 참화를 피해 무비자 입국이 가능했던 제주에 들어왔다. 세계 10위 안팎의 경제대국이 된 한국이 이들 난민들을 껴안을지 내쫓을지 그 포용력이 시험대에 올라와 있다.

    서영훈 사회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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