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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수요가 없는 대리운전의 이상한 현상- 전강준(부국장·경제부장)

  • 기사입력 : 2018-06-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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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 상남동 분수대에 새벽에 한번 나가봤습니까? 대리운전자들이 행여나 걸려올 콜을 기다리면서 빼곡하게 앉아 있습니다. 대리운전자가 손님보다 더 많은 이상한 꼴이 돼 있습니다.”

    며칠 전, 뭔가 말을 하고 싶어 하는 한 대리운전자에게 “요즘 경기는 어떻냐?”고 슬쩍 물어보니 돌아온 대답이다.

    물론 마지막 콜로 하루를 마무리하려는 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리운전자는 “최근 들어 부쩍 더 늘었다”는 말로 미리 쐐기를 박는다. 앞으로 경기가 나아지지 않으면 ‘공급만 넘치고, 수요가 없는’ 대리운전의 이상한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을 예측케 했다.

    대개 50대를 넘어서는 이들 대리운전자들의 삶은 그리 고분하지 않았으리라. 그렇다고 청년들도 만만치는 않다. 청년들은 시작부터 삶이 예사롭지 않다.

    통계청은 엊그제 4년제 대학 실업자가 역대 최다 수준으로 늘었다고 조사 결과를 밝혔다.

    조사 결과, 4년제 대학교 졸업 이상 학력을 보유한 실업자는 지난달 40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7만6000명이 많았다. 통계청이 현재와 같은 기준의 통계를 1999년 6월부터 작성했음을 볼 때 4년제 대졸 학력 이상의 실업자 수가 2000년 이래 가장 많은 수치를 나타낸 것이다.

    전체 실업자 112만1000명 가운데 4년제 대학 졸업 이상 학력자 비중은 35.8%였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 실업자 비중은 18년 사이에 2.5배 수준으로 늘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전문대 졸업 실업자(14만5000명)까지 포함하면 54만7000명으로 대졸 실업자 비율은 48.8%에 이른다.

    실업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고졸학력 실업자는 4년제 대졸학력 실업자보다 더 많았다. 45만5000명(40.6%)이 고졸학력 실업자였다.

    통계청이 “기존에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자 수 산정에서 제외됐던 공무원 시험 준비생의 신분이 실업자로 바뀌면서 고학력 실업자가 급증한 것 같다”고 설명했지만 청년실업의 문제는 심오하다.

    사실 이런 기사가 나올 때마다 자리가 가시방석이다.

    젊은 층의 실업이 많아지는 것도 나이 든 회사원 탓으로 느껴지고, 빨리 자리에서 털고 일어나는 것만이 젊은 실업률을 줄일 수 있는 상책으로 여겨진다. 고금(古今)이 비슷했겠지만 오늘날 더욱 그러하다.

    어쨌든 상황은 썩 호의적이지 않다.실업률은 늘고, 물가는 조금씩 오르고, 금리인상으로 대출금을 낀 서민들의 이자 부담은 늘어 간다.

    엊그제 온 대리기사는 삶을 통달한 듯 별 말이 없다.

    비슷한 연배로 봐 ‘팍팍한 삶을 살아왔구나’라는 상호간 무언의 말로 건너뛰면서, 열심히 사는 그의 모습에 부끄럽기만 하다. 경기가 팍팍 돌아가는 것은 어쩌면 대리운전자들이 바라는, 수요가 공급을 훨씬 초과하는 현상이 아닌가 싶다.

    좋은 대책으로 실업을 해결하고, 대리운전자들이 휘파람을 불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높으신 고관 관료들이 만들어 줬으면 한다.

    전강준(부국장·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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