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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논공행상- 이종훈 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8-06-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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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춘추시대 19년 동안 고된 유랑생활을 하다 진나라 임금으로 즉위한 진문공은 공신들을 3등급으로 나눠 대우했다. 가장 높은 상은 자신을 인의(仁義)로 이끌어 마음을 넓게 열어준 사람이다. 두 번째는 지모(智謀)로써 보좌해 여러 제후들에게 욕되지 않게 해준 사람이다. 마지막은 칼날을 막으며 온몸으로 보호한 사람이다. 그러면서 “나와 천하를 돌아다닌 발품의 노력은 필부의 힘을 쓴 것에 불과하므로, 그 다음 순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초나라의 항우를 물리치고 천하를 제패한 한나라의 유방은 전투에서 승리한 뒤 논공행상을 할 때 후방에서 작전을 짜고 보급을 원활하게 한 신하에게 가장 큰 상을 내렸다. 늑대사냥을 할 때 늑대를 쫓는 것은 개이지만, 그 개를 지도하는 것은 인간이라며 이른바 ‘늑대 사냥’으로 공적을 치하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몇 번이나 배반한 신하에게도 땅을 나눠줘 반란을 일으키지 않게 했다.

    ▼논공행상은 중국 삼국지 오서 (吳書) 고담(顧譚)전에서 유래됐다. 손권이 위나라를 물리친 뒤 공적에 따라 상을 줬는데 각각 차이를 뒀다 (논공행상 격유차·論功行賞 格有差)는 이야기가 나온다. 위나라 군사를 저지한 공은 ‘갑’, 반격한 공은 ‘을’로 쳐 치하를 했는데, 손권이 논공행상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채 공정하게 하지 못함으로써 분란의 단초가 되고 만다. 결국 군신 간의 신뢰가 떨어지고 신하들 간에 암투가 싹트게 해 분란을 야기하게 됐다.

    ▼권력을 잡게 되면 뒤따르는 것이 논공행상이다.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응분의 보상이 없다면 실망·분노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6·13 지방선거가 끝나면서 신임 단체장이 선출된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논공행상이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적합한 자리가 있다면 공신들의 능력과 자질을 따져서 중용을 하는 것은 크게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논공행상은 전문성이 전제가 되어야 하고 공정하고 합당해야 한다.

    이종훈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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