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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관장을 꿈꾸는 당신께

  • 기사입력 : 2018-06-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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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한 달 내내 당신은 꿈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당신이 지지하던 분이 당선되었으니 기쁘기 그지없었지요. 적폐를 몰아내고 ‘새로운 도정 혹은 시정’을 구성할 ‘새날’이 열렸다고 자부했지요. 좋습니다, 우리 모두 새 도정 혹은 시정이 서민들의 고충을 깊이 헤아려 합리적인 정책을 입안하고 탁월한 행정력을 행사하는 유능한 도정·시정이 되길 누구보다 바라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혹시 그 힘을 행사하는 주체에 당신도 끼이고 싶다 생각하십니까? 당선자를 등에 업고 ‘영달’이라 불리는 열매를 따고 싶다는, 지극히 세속적이자 인습적인 욕망이 당신 안에 뾰족하게 돋아나지는 않았습니까?

    경남도에는 도지사가 기관장을 임명할 수 있는 12개의 출자출연기관이 있고, 창원시 등 기초자치단체에도 시설관리공단이나 지방공사가 있습니다. 당신이 지지한 분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장(長) 자리가 말입니다. 조금 더 정교하게 묻죠, 이번 참에 기관장 한번 해보고 싶습니까? 그래서 당선자 가까이 서 계십니까?


    강철구 전 경남로봇랜드 원장은 소속 직원에 대한 폭언 등의 사유로 해임됐고, 경남개발공사는 채용비리 의혹으로 연일 시끄럽습니다. 경남무역, 경남테크노파크,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은 채용비리에 적발돼 대표이사와 원장이 줄줄이 사퇴했습니다. 보은인사가 불러온 도덕적 해이와 자질 부족,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부실경영. 이거 너무 구태의연한 이야기 아닙니까.

    6·13 지방선거 결과 여당이 압승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유능·도덕성·겸손’을 강조했습니다. 만약 당신이 이 세 덕목을 두루 갖춘 사람이라면 지역을 위해 크게 쓰일 인재라는 데 이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권력자의 측근이든 아니든 적극 기용되어 유능과 도덕성, 겸손을 바탕으로 공무를 행해야겠지요.

    그러나 먼저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읍참마속(泣斬馬謖), 자칫하면 목을 내놓아야 한다는 각오로 그 자리에 앉으십시오. 누군가를 순수하게 지지하는 ‘사랑’과 지지를 대가로 반대급부를 바라는 ‘거짓사랑’을 명확하게 구분하십시오. 적폐는 바깥이 아니라 당신 안에 있습니다.

    김유경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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