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9월 20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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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 2 - 이홍섭

  • 기사입력 : 2018-06-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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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고속버스터미널 기역자 모퉁이에서

    앳된 여인이 간난아이를 안고 울고 있다

    울음이 멈추지 않자


    누가 볼세라 기역자 모퉁이를 오가며 울고 있다

    저 모퉁이가 다 닳을 동안

    그녀가 떠나보낸 누군가는 다시 올 수 있을까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 같다며

    그녀는 모퉁이를 오가며 울고 있는데

    엄마 품에서 곤히 잠든 아이는 앳되고 앳되어

    먼 훗날, 엄마의 저 울음을 기억할 수 없고

    기역자 모퉁이만 댕그라니 남은 터미널은

    저 넘치는 울음을 받아줄 수 없다

    누군가 떠나고, 누군가 돌아오는 터미널에서

    저기 앳되고 앳된 한 여인이 울고 있다

    ☞ 새로움 추구가 관건인 현대시에서 한 이미지(‘터미널’‘모퉁이’‘앳된’‘울음’)가 첫 행부터 끝 행까지 반복되다시피 했음에도 진부하게 느껴지기는커녕 이미지가 반복될수록 감동이 증폭되는 이 시는,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이나 공항대합실에서 어렵지 않게 목격하게 되는 이별 장면을 ‘앳된 여인과 간난아이’ 이미지와 ‘터미널 기역자 모퉁이’ 이미지와 충돌하듯 병치하여 연약함을 더 연약하게, 순수함을 더 순수하게, 무정함을 더 무정하게 유도하여 읽는 이에게 진한 연민과 공감의 카타르시스를 안겨주고 있다. 그러므로 이 시 속의 ‘기역자 모퉁이를 오가며 울고 있는 여인’은 울음마저 허락되지 않는 잔혹한 이별을 견딜 수 없어 달려오는 기차 속으로 뛰어들고 만 앳되고 앳된 소설 속 ‘안나 카레니나’ 같고, 남북이산가족상봉 현수막이 허리를 휘감고 있는 버스 차창에서 다시 맞닥뜨린 기약 없는 생이별에 차마 손을 놓지 못하는 다 늙어버린 앳되고 앳된 피붙이 같고, 욕실 물을 세게 틀어 자식들 몰래 사무치는 그리움을 씻어내고 있는 앳되고 앳된 홀어미 같고 홀아비 같고, ‘저기 앳되고 앳된 한 여인이 울고 있다’로 시를 끝맺어 놓았지만 안쓰러움에 차마 마침표를 찍을 수 없어 ‘터미널’연작을 쓰고 있는 눈빛이 앳되고 앳된 시인 같고. 조은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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