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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호가호위(狐假虎威)- 이상규 뉴미디어부장

  • 기사입력 : 2018-07-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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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랑이가 여우 한 마리를 잡았다. 그러자 여우가 말했다. “잠깐 기다리게나. 이번에 나는 하늘의 왕으로부터 백수의 왕에 임명되었네. 만일 나를 잡아먹으면 하늘의 왕의 명령을 어긴 것이 되어 천벌을 받을 것이야. 내 말이 거짓말이라 생각하거든 나를 따라와 봐. 나를 보면 어떤 놈이라도 두려워서 달아날 테니.” 여우의 말을 듣고 호랑이는 그 뒤를 따라갔다. 과연 만나는 짐승마다 모두 달아났다. 짐승들은 여우 뒤에 있는 호랑이를 보고 달아났지만 호랑이는 깨닫지 못했다.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호기를 부린다’는 뜻의 ‘호가호위(狐假虎威)’ 고사 내용이다.

    ▼우리는 역대 정권을 거치면서 남의 세력을 빌려 위세를 부리는 사례를 종종 보아 왔다. 권력의 힘이 세면 셀수록 호가호위하는 세력의 힘도 강했다. 박정희 정권 시절에는 중앙정보부가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힘’을 가질 만큼 위세가 등등했다. YS 때는 김영삼 대통령의 둘째 아들 김현철씨가 소통령이라 불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김대중 정부 때는 역시 ‘홍삼 트리오’로 불린 세 아들이 비리 사건에 연루돼 말썽을 일으켰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에는 ‘봉하대군’으로 불린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가 비리에 연루돼 구속된 적이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만사형통’이라는 말이 있었다. ‘모든 일이 형을 통해 이뤄진다’는 뜻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 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의 위세를 빗댄 표현이었다. 당시 이상득 전 의원 지역구인 포항에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집중돼 ‘형님 예산’이라는 신조어가 나오기도 했다.

    ▼최근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는 강석주 통영시장 아버지가 아들이 당선된 뒤에도 경비 일을 계속하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보도에 따르면 “많은 사람이 ‘아들이 시장 됐는데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아들이 시장이지 내가 시장이냐’고 답했다”고 한다. 자식의 권력과 상관없이 일상에 충실한 강 시장 아버지의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상규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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