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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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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용기의 법칙- 최은아(인산죽염(주) 대표)

  • 기사입력 : 2018-07-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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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이들이 흔들린다. 불안해한다. 어른도 흔들리고 있다. 마치 모두가 선장인 거대한 배에 뒤엉켜 타고 있는 것 같다. 거친 풍랑 속에서 거대한 배가 진정한 선장 없이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너무나 거대하여 발밑의 흔들림을 지각하기 어렵다.

    각자도생, 경제도, 정치도, 어른도, 아이도 각자도생해야 한다. 믿고 안심하고 안전하게 의지할 곳이 없다. 모든 기존 가치가 빛을 잃고 있다. 과거 경제대국의 길로 이끌었던 애국애족, 충효의 기치는 구시대의 낡은 깃발이 된 지 오래다. 아무도 전문가의 능력과 가치를 믿지 않는다. 인정하지 않는다. 전 국민이 정치인이고 전 국민이 경제인이고 리더인 세상이다. 그러면서 다들 불안하다. 아무도 못 믿고 사실은 자신도 못 믿는다.

    애든, 어른이든 전부가 한 방향만을 바라보고 있다. 오직 돈, 지위, 외모, 세속적 가치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사고한다. 세상을 보는 다양한 프리즘은 사라졌다.

    모든 가치 기준이 ‘남들’이 되어버렸다. 남들 눈에 잘난 것이 내 삶을 조종하는 세상이다. 남들과 비교하여 남들보다 부족하면 고통을 느낀다. 내가 가치 기준이었을 때는 열심히 살았다. 비교할 이유가 없었다.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살면 되니까. 지금은 남들을 보느라, 혹은 남들로부터 상처받지 않기 위해 온전히 내 일에 몰두할 정신이 없다. 굳이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다. 타인의 지지와 용기, 북돋움의 기운을 공급받아야 살아가는 존재이다. 지지의 주유소에서 영혼의 에너지를 주유받아야 그만큼 나아갈 수 있다.

    신체는 이 땅에서 나온 영양분을 보충받아 살아나가고 영혼은 관심과 지지와 존중을 먹고 산다.

    사춘기부터는 부모의 지지만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기 힘들다. 부모로부터 나오는 영양분은 더 이상 사춘기 자녀의 피와 살을 만들어주기에는 빈약하다. 다른 이들의 에너지가 더 필요하다. 부모는 자기 자식의 멘토가 되기 어렵다.

    내 자녀의 멘토는 다른 부모가, 나는 다른 자녀의 멘토가 될 수 있고, 서로가 서로의 에너지 공급원이 돼줄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절실하다. 이 세상에서 우리에게 단 한 명의 지지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심리학자 솔로몬 애쉬의 실험이 극명하게 보여준다. 흰 종이에 줄을 하나 그리고 다른 종이에는 똑같은 줄 하나와 좀 더 짧은 길이의 줄 2개를 그려놓고 8명의 학생에게 같은 길이의 줄을 선택하게 했다. 혼자 답을 말하게 한 경우는 당연히 100% 정답이었다. 그러나 7명의 학생에게 일부러 오답을 미리 일러주고 공개된 장소에서 다른 학생들이 틀린 답을 말하는 걸 듣게 한 후 마지막 학생에게 답하게 하자 놀랍게도 무려 75%의 학생이 같은 오답을 말했다. 꿋꿋하게 혼자 정답을 말한 경우는 고작 25%였다. 더 놀라운 일은 앞의 7명 중 6명이 오답을 말하게 하고 1명이 정답을 말하게 하자 마지막 8번째 학생의 100%가 정답을 말했다는 것이다. 단 한 명의 동조자, 지지자는 인간에게 옳은 것을 선택할 용기를 준다. 나는 이를 ‘용기의 법칙’이라 정의한다.

    조선시대 김정호는 당시 엉망진창 잘못 만들어진 국토 지도를 보면서 자신이 제대로 올바른 지도를 만들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이고 돈도 명예도 없지만, 할 사람은 자기밖에 없기 때문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대가를 주지 않아도,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국가에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묵묵히 올바른 지도 만들기에 일생을 바쳤다.

    젊은이들이 모두 위인이 되길 바랄 수는 없다. 그러나 그들이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만의 인생과 가치를 찾아가는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우리가 단 한 명의 동조자가 되어 줄 수는 있다. 우리 모두 서로서로 흔들리는 젊은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단 한 사람이 되자.

    최은아(인산죽염(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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