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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6) 색은행괴(索隱行怪) - 잘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것을 찾고 괴상한 짓을 하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8-07-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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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주의의 꽃은 시장경제라고 한다. 시장경제는 판매하는 행위가 원동력이다. 잘 팔려야 돈을 벌 수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 광고가 필요하다. 광고는 소비자들의 눈에 잘 띄어야 하고 마음이 끌리도록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정상적인 것보다도 비정상적인 것이 더 판을 친다. 온 세상이 그런 조류에 휩쓸려 간다. 이런 현상이 교육계나 학계에까지 만연해 있다. 인기 있는 교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농담과 장난으로 강의를 한다. 학계에도 특이한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만이 세상의 주목을 받고, 특이한 제목의 책이 잘 팔린다. 그러다 보니 학문적으로 꼭 연구해야 할 분야는 연구하는 사람이 아주 적다.

    모두가 정상이 아니다. 최근 자기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쌓은 어떤 학자가 <세종은 과연 성군인가?>라는 책을 내었다. 세종은 성군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어머니가 노비면 노비가 된다는 법을 만들어 노비의 숫자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렸고, 노비의 인권을 무시했다.’ ‘지독한 사대주의자다.’ ‘기생제도를 공인화해서 여성의 인권을 무시했다.’ 일반 사람들은 그 교수의 말이 충격적으로 다가와 공감하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세종을 전공하는 다른 학자가 즉각 조목조목 반박하였는데, 그 저자가 또 반론을 제기하여 논쟁이 되고 있다.

    ‘성군(聖君)’이란 ‘거룩한 임금’으로 임금으로서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에까지 간 임금이다. 우리 역사에서 세종대왕만 성군으로 일컬으며 추앙되고 있다.

    세종대왕의 업적은 한글창제만이 아니다. 집현전(集賢殿)이라는 본격적인 연구기관을 만들어 우리나라의 학문을 격상시켰다.

    집현전에서 한 학문은 단순히 유학이나 한문학만이 아니었고, 종합적인 학문을 연구했다. 천문, 지리, 역법, 병법, 농업, 의학 등도 두루 연구했다. 사가독서(賜暇讀書) 제도를 만들어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관리들이 녹봉을 받으면서 업무에 얽매이지 않고 학문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아마 세계 최초의 연구년(硏究年) 제도가 아닐까 한다. 과학기술이나 국방에도 관심을 갖고 발전시켰다. 국력도 그때가 가장 강성했다. 우리나라도 성군 한 명쯤 가지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런데 ‘세종이 성군이라는 것’은 환상이라는 것이 그 교수의 주장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워싱턴은 본부인 이외에 애인이 여러 명 있었다 한다. 노예 해방의 위업을 남긴 링컨은 부인의 낭비벽을 감당하지 못하여 어마어마한 빚쟁이였다고 한다. 위대한 인물에서 위대한 점을 보고 배워야 옳지, 위대한 인물의 흠을 찾아 과장해서 퍼뜨려 도움되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索 : 찾을 색. *隱 : 숨을 은.

    *行 : 행할 행. *怪 : 괴이할 괴.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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