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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영남 정치권의 화약고 ‘신공항’- 허승도(논설실장)

  • 기사입력 : 2018-07-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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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하고 가덕도에 공항을 건설하는 것으로 결론 나 있는 것이 아닙니까. 과거 밀양 신공항 건설을 추진했던 경남도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지난달 26일 민주당 소속 경남·부산·울산 광역단체장이 동남권 신공항태스크포스팀 구성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자 필자에게 온 전화 내용이다. 그는 “동남권 신공항TF팀은 김해신공항 백지화 출구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영남 정치권의 화약고로 불리는 신공항 건설이 10년 논란 끝에 지난 2016년 ‘김해공항 확장’으로 매듭지어졌다가 오거돈 부산시장이 6·13 지방선거에서 백지화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공약하고, 경·부·울 광역단체장이 신공항TF팀을 구성하기로 하면서 갈등이 재연되고 있는 모양새다. 대구·경북(TK) 정치권에서 여권이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지방선거 결과 TK지역의 보복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신공항 입지를 변경하려는 움직임은 지방선거 전부터 시작됐다. 경남에서도 김해지역을 중심으로 소음문제를 이유로 김해공항 확장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여 온 것이 사실이다. 지역구가 김해인 민홍철 의원은 “동남권 신공항 부지 선정을 위한 용역 당시 가덕도를 배제시키고 밀양으로 밀려는 세력이 있었다”며 가덕도가 신공항 입지로 선정되지 못한 것은 과거 정부의 정치적 결정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김해공항 확장은 잘못된 결정이기 때문에 가덕도로 신공항 입지를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당 차원에서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해 가덕도 신공항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정부는 김해신공항 추진 방침에 변화가 없고 가덕도 신공항은 검토대상이 아니다”며 신공항 논란을 일축했다. 송철호 울산시장도 동남권 신공항TF팀 구성과 관련, “부산시에서 가덕도를 신공항으로 명기하자고 했으나 김경수 경남지사와 함께 지명을 빼자고 했으며, 장소를 특정한 것이 아니다”면서 “지금으로선 김해공항 확장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전 정부에서 결정한 사항을 변경해야 한다면 법에서 말하는 사정변경의 원칙이 적용될 만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지역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김해공항 확장을 백지화하기 위해서는 송 시장의 주장처럼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하고 영남권 주민의 공감대도 형성돼야 한다. 신공항 해법을 찾기 위해서 최소한 세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싶다.

    첫째, 정치적 결정은 안 된다는 것이다. 민 의원이 김해신공항 반대 이유로 정치적 결정을 들었지만 부산시장직 인수위원장을 맡았던 박재호 의원은 “가덕도 신공항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풀겠다는 뜻을 밝혔기때문이다. 정치적 결정은 또다시 정치적 결정을 낳고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둘째, 국토부가 용역을 맡긴 김해신공항 기본계획과 전략환경영향평가 결과를 지켜보자는 것이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주장하는 것처럼, 김해신공항이 24시간 운영이 가능한지, 소음과 안전문제가 해결되는지 정밀 검토를 한 후 문제가 없다면 계획대로 김해공항 확장안을 추진해야 한다.

    셋째, 신공항 건설사업의 명칭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신공항 명칭을 놓고 지역에 따라 ‘남부권 신공항’, ‘영남권 신공항’, ‘동남권 신공항’으로 달리 명기했다. 이는 공항의 입지 선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항 건설 타당성과도 관련이 있다. 사업 명칭을 분명하게 하자는 것은 정치적 접근이 아닌 경제적 측면에서 신공항 문제를 풀자는 뜻이다.

    신공항이 이제 더 이상 영남 정치권의 화약고가 아닌 상생과 번영의 관문이 되길 기대한다.

    허승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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