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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진보와 보수의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김형준(명지대 교양대학 정치학 교수)

  • 기사입력 : 2018-07-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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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전례 없는 압승을 거두었다. 2016년 총선(여소야대)과 2017년 대선(정권교체)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민주당이 승리함으로써, 어떤 형태로든 한국 정치 지형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 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정치학자 키(V. O. Key)는 정당의 지지 기반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면서 정당 간의 힘의 균형이 크게 바뀌는 선거를 ‘중대 선거’라고 규정했다. 미국 정치사를 들여다보면 수차례의 중대 선거가 있었다. 대공황 시절 민주당 루스벨트 후보가 ‘큰 정부론’과 ‘뉴딜 정책’을 내걸고 승리했던 1932년 대선이 대표적이다. 이 대선 이후 미국에선 민주당 우위의 정당체계가 수십년간 지속되었다.

    그렇다면 이번 지방선거를 중대 선거로 볼 수 있을까? 그 대답은 유보적이다. 방송 3사의 지방선거 출구조사에 따르면, 진보(29.2%)와 보수(24.9%)가 어느 정도 균형을 맞췄고 중도(39.8%)가 가장 많았다. 지난 대선 때와 비교해 진보 1.2%p 증가, 보수 2.2%p 하락, 중도 1.5%p 증가 등 유권자의 이념 지형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보수층의 규모가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여당이 압승했다는 것은 단지 야당이 싫어서 여당을 지지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케이스탯리서치가 지방선거 직후(6월 16~17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20년 총선에서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한 정당을 계속 지지하겠는가’란 질문에 ‘다른 정당으로 지지를 바꿀 수 있다’가 58%인 반면, ‘계속 지지하겠다’는 36%에 그쳤다. 이런 조사 결과들이 주는 함의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새로운 사회 균열을 반영해 새로운 쟁점과 정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보수 정당 궤멸에 따른 반사 이익을 챙겼다고 볼 수 있다. 여하튼 아직 민주당 일당 독주 체제를 지탱할 만한 확고한 유권자 재편성이 이뤄지지 않았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압승했고, 2007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룩했으며, 2008년 총선에서도 승리하면서 보수 우위체제를 구축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2년 뒤에 치러진 2010년 지방선거에서 완패했고, 2017년엔 정권을 뺏겼다. 민주당이 이런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만을 버리고 계파 권력 투쟁에 빠져서는 안 된다.

    문제는 벌써부터 이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8·25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이 분화·재편되고 있다. ‘뼛속까지 친문’이라는 ‘뼈문’, ‘진짜 친문’이라는 ‘진문’, ‘범친문’이라는 ‘범문’ 등이 등장했다. ‘밤새도록 문재인 대통령을 지킨다’는 뜻을 담은 ‘부엉이 모임’도 부각되고 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새누리당에서 원박, 진박, 범박 등이 등장했고, 청와대는 뼈박 문고리 3인방이 판을 치면서 폭망했다. 선거 트리플 크라운을 이룩한 민주당 내에서 이런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우려할 만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적처럼, 유능함과 도덕성, 겸손한 태도를 갖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승자의 저주에 빠질 위험성이 크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혁신 비대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대정신에 맞는 새로운 비전과 가치를 정립해야 한다. 그 방향성은 보수의 가치에 진보의 정책을 융합하는 것이다. 과거 ‘보수 우파’에서 ‘진보 우파’라는 제3의 길을 걸어야 한다. 가령, 진보의 가치인 복지와 평화를 ‘퍼 주기식 복지’, ‘위험한 평화’로 폄훼하기보다는 ‘건강한 복지’, ‘안전한 평화’를 내세우는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 보수의 최대의 적은 조급함과 분열이다. 단기간에 무너진 보수를 재건하려고 하지 말고 길게 호흡하면서 참회하고, 혁신하고, 실력 있는 보수로 거듭나야 한다. 또한 쪼개져 있는 보수 정당들은 총선 전 빅 텐트로 모여 통합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의 열광과 환멸의 주기는 지극히 짧다. 분명 2020년 총선 결과에 따라 이번 지방선거가 중대 선거였는지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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