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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뉴노멀시대의 엽관제- 허승도 논설실장

  • 기사입력 : 2018-07-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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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노멀(New Normal).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경제적인 표준을 뜻하는 말이다. 미국의 벤처 투자가인 로저 맥나미가 처음 사용하면서 ‘새로운 기준’을 일컫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주류사회의 표준을 새로 정의하는 것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권력 주류의 교체를 의미하는 것이다. 6·13지방선거를 거치면서 경남에서도 지방권력 교체에 따른 뉴노멀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선거를 통해 정권을 잡은 사람이나 정당이 관직을 지배하는 제도로 엽관제(獵官制·spoils system)가 있다. 관직을 사냥한다는 뜻대로 정권을 차지한 쪽이 인사의 전권을 행사하는 제도로 교체 임용주의라고도 한다. 이 제도는 미국에서 유래돼 우리나라에서도 선거에서 승리한 자치단체장이 선거운동원이나 적극적인 지지자를 정무직 공무원 또는 출자·출연기관장에 임용하는 것으로 관행처럼 받아들여졌다.

    ▼엽관과 비슷한 뜻의 분경(奔競)이란 한자어가 있다. 벼슬을 얻기 위해 고관대작이나 권세가를 분주하게 찾아다닌다는 분추경리(奔趨競利)의 준말로 인사청탁에 해당하는 말이다. 조선시대에 분경이 극심해 정종이 분경금지법을 만들었지만 세종 때인 1447년에는 우부승지 아들의 분경사건으로 좌·우부승지와 이조참판까지 파면되기도 했다. 이후 성종이 경국대전에 분경의 금지대상을 확정하여 법제화했지만 인사청탁을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미국의 엽관제는 1881년 대사직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찰스 귀토가 제임스 가필드 대통령을 암살한 사건을 계기로 폐지되고 능력을 기준으로 공직자를 임명하는 메릿 시스템 (merit system)으로 대체됐다. 조선시대에도 극심한 분경의 폐해를 막기 위해 오늘날 청탁방지법과 같은 분경금지법까지 만들었다. 분경과 엽관 모두 좋은 인사제도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권력 주류의 교체를 위해 외부 인사의 수혈은 필요하다. 문제는 전문성과 공정성이다.

    허승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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