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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으로 유학 가는 날- 정세영(부산대 나노과학기술 대학 교수)

  • 기사입력 : 2018-07-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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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크로라는 말은 일반인들에게도 매우 익숙한 표현이며 작은 것에 대한 대명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이제 나노라는 용어가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해졌고 더 이상 마이크로라는 용어가 매력적이지 않게 됐다. 나노과학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보면 nanometer 크기에서의 구조나 물질에 대한 연구라고 돼 있다. 현재 가장 뜨거운 관심을 끄는 물질은 전이금속 칼코겐화합물인데 이 물질들도 그래핀처럼 원자 한 층으로 이뤄지면서 그래핀이 갖지 못한 다른 물성을 가진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전이금속 칼코겐화합물이나 2차원 물질들을 레고 블록처럼 층쌓기를 하며 또 다른 뭔가의 물성이 나타나기를 빈다. 나노는 이렇게 한 층 두 층의 원자층들을 쌓아 만든 것이기도 하지만 큰 덩어리로부터 잘라나가기도 한다.

    최근 한 연구소에 들러 국내 기술로 투과전자현미경을 사용해 관측하면서 얇은 박막을 깎아내어 그 선폭을 5nm로 조절하는 영상을 보았다. 필자 소속 대학의 한 연구실에서는 전자빔식각 기술을 이용해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구멍을 손쉽게 만들어낸다. 몸은 m 크기의 현실 세계에 살면서 가상현실처럼 원자 하나 하나를 떼었다 붙였다 하는 장면을 들여다보고 있을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나노는 10억분의 1m의 작은 크기의 물질을 일컫는 단위이지만 필자는 이 나노를 인간이 넘고 싶은 기술의 한계점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 한계점을 인간이 넘었다. 그래서 나노는 더 이상 인간에게 한계점이 아니다.

    필자는 올해 연구년을 맞아 독일과 미국 중 어느 곳으로 연구년을 갈지를 고민하다 결국 국내에서 연구년을 하게 됐다. 전국의 여러 대학과 연구소를 방문하며 나노를 다루는 많은 첨단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정말 세계 최고의 과학과 기술을 구현하고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대학이나 연구소 공채에서 국내 출신들이 유독 나노와 같은 첨단분야에서 월등히 우수한 실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최근 대덕연구단지에 직장을 잡으려면 세계적 수준의 논문을 다수 발표하지 않고는 지원을 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가 됐다.


    오는 11월에 경남도와 밀양시가 개최하는 국제학술대회 나노피아가 5회째를 맞는다. 역사가 거듭되면서 나노피아도 서서히 제대로 된 국제학회의 모습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발표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경남도와 밀양시에 국가산단 개발계획을 승인해 공단 조성에 대한 행정절차가 마무리됐고 이에 따라 밀양 부북면 일원에 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될 계획이다. 나노피아는 몇 년만 더 지나면 밀양산단을 등에 업고 더 큰 학회로 성장할 것이 틀림이 없다. 필자는 우리 동네의 젊은이들이 외국 유학을 가지 않는 것을 넘어 더 이상 서울이나 타지에 갈 필요 없이 첨단과학을 하기 위해서 밀양으로 몰려오는 그날이 기다려진다. 첨단 과학으로 대변되는 도시가 지방 소도시 중에 하나 나오면 좋겠다. 그래서 밀양에 직장 잡는 것이 서울이나 대덕 연구단지보다 더 힘들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길 희망한다. 아마도 그날이 오는 것을 더 앞당기는 일을 나노피아가 했으면 한다.

    정세영 (부산대 나노과학기술 대학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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