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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성- 조고운 사회부 기자

  • 기사입력 : 2018-07-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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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여년 전 신입 시절의 일이었다. 회사의 한 선배 기자가 모 기관의 인사에게 필자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남자 같은 친구입니다.” 아마도 20대 여기자를 배려하려는, 악의 없는 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태어날 때부터 여자였던 필자는 칭찬인지 모욕인지 헷갈리는 소개 앞에서 꽤 오래 얼굴이 뜨거웠다. 스스로 소위 말하는 남성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고, 이 일이 남자가 더 잘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길었기 때문이다.

    ▼요즘 화두인 ‘탈(脫)코르셋 운동’을 접하면 예전 필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날 이후 치마 대신 바지를 입고, 렌즈 대신 안경을 끼고서 일을 더 잘해보려고 용써 봤지만, 치마나 렌즈가 일과는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됐다. 또 많은 여자 선후배들을 수년간 지켜보면서 남자가 꼭 일을 더 잘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도 깨닫게 됐다.

    ▼‘탈코르셋 운동’은 사회가 강요했던 억압적인 미의 기준을 탈피하자는 운동이다. 원하지 않는 ‘꾸밈 노동’을 거부하고, 여자들이 예쁘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일부 남성들도 ‘탈갑옷 운동’을 시작했다. 사회적으로 강요되는 남성의 역할에 대해 거부하는 움직임이다. 탈코르셋과 탈갑옷 운동을 두고 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어쨌든 사회가 강요하는 성이미지 또는 성역할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자는 맥락에서는 반가운 움직임들이다.

    ▼최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성고충전문상담관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여성들이 행동거지라든지 말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날은 성폭력 근절과 예방·대응 시스템을 논하는 자리였다. 최근 잇따른 군내 성폭력 사건을 바라보는 수장의 시선이 ‘여성의 행동거지’로 가 닿는다는 사실에 또다시 얼굴이 뜨거워진다. 우리는 행동거지나 성별 또는 외모로 인해 피해나 차별을 당하지 않는 세상을 바란다. 남성이나 여성이 아닌 모두에게 좋은 그런 세상 말이다.

    조고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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