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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밀(No Meal) 사태- 김희진 정치부 기자

  • 기사입력 : 2018-07-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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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월 1일 인천발 북경행 비행기는 오후 1시 출발 예정이었다. 여행의 설렘 때문인지 탑승 시간도 되기 전에 사람들은 줄을 길게 늘어섰다. 하지만 부풀었던 마음은 이내 김이 샜다. 북경에 도착해야 할 시간이 되어서도 아직 비행기 구경을 못했기 때문이다. 항공사는 ‘기내 정리가 덜 돼 출발이 지연되고 있다’는 안내방송만 계속했다. 언제 탑승이 가능한지 알지 못한 채 무한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하나둘 줄을 이탈해 의자로 옮겨갔다.

    ▼지루한 기다림을 이어가던 중 일행들은 뉴스를 통해 탑승이 지연된 이유가 기내식을 싣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다. 2시간 동안 서서 기다린 이유가 기내식 때문이었다는 사실에 허탈감이 몰려오는 찰나 탑승이 시작됐다. 출발이 늦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큰 불편을 겪고 일정에 차질을 빚었는데도 항공사는 사과를 하는 대신 양해를 구했고, 고객의 귀중한 시간과 점심식사를 빼앗은 보상으로 일방적으로 상품권을 일괄지급했다.

    ▼노밀(No Meal) 사태로 불리는 아시아나의 기내식 미탑재 운항에 대한 비판 여론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기내식 대란으로 인한 비행기 출발 지연, 기내식 하청업체 대표 죽음, 박삼구 회장의 때를 놓친 사과는 갑질 계약·부정행위 폭로로 이어지며 직원들이 경영진 퇴진을 촉구하는 상황으로 비화됐다. 노밀 사태는 단순히 밥 한 끼의 문제가 아니라 이윤 추구를 우선한 국내 2위 항공사의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경영에서 파생된 것이다.


    ▼돌아오는 비행기도 1시간가량 지연됐고, 식사는 선택권 없이 샐러드와 소시지, 빵으로 제공됐다. 역시나 진심 어린 사과는 없었다. 더 비싼 값을 치르고 아시아나를 선택하는 것은 단지 업계를 선도했던 기내식이 아니라 기업 브랜드에 대한 신뢰,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믿음이 깨진 비행기 안에서 ‘다시는 아시아나를 타지 않겠다’는 말이 들렸다. 국가적 특혜를 입어 성장한 대기업이 기억하길 바란다. ‘위대함의 대가는 책임감’이라고 윈스턴 처칠은 말했다.

    김희진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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